美보건당국, 백신 배포정책 변경…美언론 "바이든 계획과 일치"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정적인 2차 접종분 확보를 위해 비축해왔던 대부분의 백신 물량을 출고하기로 하는 등 백신 배포 정책을 변경하기로 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 미국 내 백신 접종이 계획보다 더딘 것과 관련해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비축하고 있던 대부분의 백신을 출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제조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1차 접종받은 이들의 2차 접종을 보장하기 위해 절반을 비축해왔고, 이는 접종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런 비축은 하루 수천 명의 미국인이 사망하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접근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많은 과학자는 두 번째 접종이 며칠 또는 몇주 정도 늦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백신 접종 계획 변화는 현재 정책과 차이가 크다"며 "접종 가능한 거의 모든 백신을 출고하라는 바이든 측 계획과 일치한다"고 했다.
앞서 바이든 인수위는 지난 8일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백신 비축을 중단하고 이용 가능한 모든 백신을 배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에이자 장관이 더 많은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하고, 65세 이상 노인과 중병에 걸릴 위험이 큰 기저질환자에게 접종하라고 주 정부에 촉구하는 등 백신 배포 정책의 전면적인 변화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WP는 "백신의 일시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 우려가 제기됐지만, 매일 수천 명이 숨지고 변이가 퍼지면서 배포 지연에 대한 위험이 증가해왔다"고 지적했다.
에이자 장관은 이날 각 주지사와 통화할 사전 발언문에서 "앞으로 2주간 우리가 비축한 물량이 주문에 따라 보내질 것"이라며 "앞으로 매주 우선적으로 두 번째 접종분을 위해 물량이 풀릴 것이고, 그러고 나서 추가적인 첫 번째 접종분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는 "만약 제조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두 번째 접종분을 먼저 처리하고 추가적인 첫 번째 접종은 중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결정은 백신 배포 가속화를 위해 백악관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포함된 워프 스피드 작전팀 회의에서 결정됐다고 WP는 전했다.
회의에서는 백신 생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주들이 우선순위 대상자에 대한 지침을 엄격히 지키는 바람에 접종 지연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에이자 장관은 연방정부의 백신 배포는 원활하지만, 주 정부가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의료진과 요양원 사람들보다 더 많은 백신을 (주에) 배포했다. 백신 접종 그룹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 보건당국은 각 주들이 우선순위 그룹 접종을 융통성 있게 대처하고, 만약 여의치 않으면 후순위 그룹에 접종하라고 촉구해 왔다.
WP는 CDC 통계를 인용해 이날 오전 기준으로 2천500만 회 분량이 배포됐으며 900만 회 분이 접종됐다고 전했다.
에이자 장관은 "백신 생산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현재 생산분으로 두 번째 접종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제 모든 접종분을 주들과 의료진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각 주들이 접종 장소로 병원만 고집하지 말고 지역사회 보건소와 약국 등으로 접종 장소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주방위군이나 연방재난관리청의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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