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패권적 도전에 대한 대응 강조…중국의 대북지원 지적
"바이든 정부가 어떻게 이어받게 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홍준석 기자 = 오는 20일 정권 이양을 앞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주요 견제 대상으로 삼으면서 인도를 대항마로 지원하는 내용의 인도·태평양 전략 문서를 기밀 해제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체계'라는 제목의 10쪽 분량 문서는 2018년 초 작성된 것으로, 중국을 우선 관심 국가로 규정했고 다음으로 북한을 지목했다.
문서는 중국을 권위주의 체제로 규정하면서 중국의 패권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외교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약화시키고 북한에 식량과 석유를 계속 공급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문서는 이미 알려진 대로 인도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대항마로 설정하고, 인도에 대한 군사·정보·외교 지원을 크게 확대하도록 했다.
세부적으로 미국이 인도와 중국 간의 히말라야 국경 분쟁과 수자원 분쟁 등의 핵심 사안에서 인도를 지원할 것을 명시했다.
문서는 '중국의 산업 정책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세계 무역 체제를 훼손한다'는 데 대해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중국의 미국 내 정보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정보 및 법적 대응을 확대하고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대만을 돕기 위해 군사 및 비대칭 전략의 개발에 대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
미국 내 민감한 영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놓고 안보적인 검토를 강화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어 문서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문서의 이런 전략적 방향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동남아 국가들이 포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아세안 정상회의를 무시하기도 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에서 이 전략 체계가 지난 3년 간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지침이었다면서 "문서의 기밀 해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에 미국의 전략적 약속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략 체계는 우리의 넓고 다양한 동맹 및 파트너 네트워크의 강화를 추구한다"며 "이를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의 상호보완적인 접근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반영했으며 이러한 접근에는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 호주의 인도·태평양 구상, 인도의 '모든 지역의 안보와 성장' 구상, 한국의 신남방정책, 대만의 신남향정책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 4년 동안 미일 동맹이 강해졌다는 점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없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제안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미일 양국의 공통 전략으로 삼는 것에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한 '쿼드'(Quad) 전략대화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쿼드 참가국들이 주권과 법치를 존중하고, ASEAN의 중심적 역할을 인정하고,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소하는 등의 기본적인 원칙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악시오스는 "이 전략은 지난 3년 간 중국, 인도, 북한, 그외 다른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을 이끌어왔다"며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곧 물려받게 될 지정학적, 안보 도전 문제도 설명해준다"고 짚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 전략에 대한 표현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의 첫 전화 회담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와 관련한 미국 측 발표에는 "'번영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의 기초로서 미일 동맹을 강화한다"는 방침에 관해 협의했다고 돼 있었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