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저승사자 매코널, 트럼프 저승사자 되나…탄핵정국 키맨들

입력 2021-01-14 11:15   수정 2021-01-14 12:06

민주 저승사자 매코널, 트럼프 저승사자 되나…탄핵정국 키맨들
BBC 탄핵정국 열쇠 쥔 핵심 6인방 소개
펠로시·상하원 공화 탄핵찬성파·탄핵검사들 주목
매코널-펠로시, 탄핵 수싸움 재연? '反트럼프' 적과의 동침?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내란 선동' 탄핵소추안이 1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가결, 상원으로 넘어가게 된 가운데 퇴임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을 손에 쥔 상·하원 의회 인사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 BBC방송은 '트럼프 탄핵 절차:누가 키 플레이어들인가'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탄핵정국을 주도하는 핵심 6인방을 꼽아 그 면면을 짚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일인자로 사안마다 대립했던 '백전노장' 2인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또 한 번 명운을 건 수 싸움을 벌이게 될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극히 이례적으로 의기투합, '적과의 동침'에 나서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민주당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매코널, '트럼프 저승사자' 되나
미국 공화당의 원내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78·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포스트 하원 가결 국면에서 그 칼자루를 쥔 키맨 중의 키맨이다. 탄핵안이 최종 상원 관문을 넘으려면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사령탑인 그의 의중이 당의 탄핵 전략 및 방향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BBC방송은 매코널 원내대표가 최종 결과에 최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하원의 탄핵안 가결 직후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 탄핵 불가' 시간표를 공개적으로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신분에서 탄핵을 당하는 시나리오는 물 건너간 셈이다.

20일 이후에는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 지형이 뒤바뀌게 되는 만큼 이후 상원의 탄핵 심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입김이 더 커지겠지만, 여전히 탄핵안의 최종 운명은 공화당이 얼마나 찬성표를 던지냐에 달려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동시에 찬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 찬성도 하나의 선택지로 열어뒀다. 통상 야당의 공세로부터 대통령을 철통 엄호해야 할 공화당 일인자의 발언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방어에서 사실상 손을 뗀 그가 실제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탄핵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특히 그가 비공개적으로는 탄핵에 찬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매코널 원내대표가 실제 찬성으로 궤도를 전격 수정, 탄핵을 사실상 주도하게 된다면 그는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대표로서 퇴임한 전직 대통령 등에 비수를 꽂는 '부관참시'의 악역을 맡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생명도 끝나게 된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야당 대표로서 오바마의 입법 어젠다와 사법부 인선 등을 번번이 좌절시켜 오바마 전 대통령 입장에선 가시 같은 존재였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런 이유로 그에게는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저승사자'(Grim Reaper)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민주당의 저승사자였던 매코널 원내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저승사자가 될지 아니면 구원투수로 남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셈이다. BBC는 매코널 원내대표가 첫 번째 탄핵 때에는 트럼프 무죄선고를 끌어낸 원동력이었지만 시절이 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잡은 펠로시, 두번이나 탄핵 핵펀치
이달 초 하원의장으로 공식 재선출, 의사봉을 다시 잡은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 두 번이나 탄핵정국의 문을 열고 탄핵소추안을 하원에서 가결시킨 주인공이다. 지난 4년간 야당 수장으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척점에서 강하게 대립했던 그는 지난 6일 의회 난입 사태 이후 속전속결로 탄핵 드라이브를 몰아붙인 끝에 일주일 만에 하원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직무 박탈을 위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강하게 압박하며 탄핵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BBC는 민주당을 이끄는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안을 발의하는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로부터 '미친 낸시'라는 조롱을 들었던 그가 퇴임을 일주일 앞둔 현직 대통령에게 '결정적 한 방'을 먹인 셈이다. 탄핵안의 최종 향배에 따라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와의 마지막 일전에서 승자가 될지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하원서 반란 주도한 공화 '넘버3' 체니
공화당 하원의 서열 3위로, 의원총회 의장인 리즈 체니(54·와이오밍) 의원은 하원 본회의 표결 전날인 지난 12일밤 탄핵안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당내 반란을 주도했다. 이날 공화당에서는 10명의 이탈표가 발생했다.
BBC는 체니 의원의 당내 높은 지위를 감안할 때 그의 탄핵 지지는 특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기도 한 그는 당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로, 대선 후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행보에 대해서도 공개적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공화 상원내 공개적 탄핵 찬성파 벤 새스, '나비효과' 낼까
벤 새스(48·네브래스카)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의회 난입 사태 이후 공화당 내에서 처음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인사이다.
그는 당내에서 잠재적 대선주자로도 꼽힌다. BBC방송은 트럼프 탄핵을 찬성하는 공화당 인사들로선 그의 향후 공직 출마를 원천봉쇄, 대선 재출마를 막으려는 것도 하나의 동기로 작용한다면서 2024년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새스와 같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는 이러한 명분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팻 투미, 리사 머카우스키 등 일부 상원의원들이 탄핵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새스 의원까지 합해 총 17명이 찬성을 해야 탄핵안이 가결된다.



◇탄핵안 '검사'격 탄핵소추위원 하원의원 2인방
상원 심리에서 '검사'격인 탄핵소추위원단이 9명의 민주당 의원들로 꾸려진 가운데 헌법학 교수 출신의 제이미 래스킨(58·메릴랜드) 하원의원이 위원단을 이끌며 치열한 논리 공방을 펼치게 됐다. 래스킨 의원은 탄핵안 초안 마련에도 참여했다.
BBC에 따르면 그는 지난 연말 아들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장례식을 치른 바로 다음 날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졌고, 래스킨 의원은 곧바로 탄핵안 초안 작성 작업에 들어갔다고 BBC가 전했다.
래스킨 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하버드 법대 재학 중 지난해 12월 31일 25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들을 회상하며 아들이 지난주의 폭력을 목도했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범죄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래스킨 의원에게는 극도로 도전적인 새해 출발의 연속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또다른 탄핵소추위원인 매들린 딘(여·68·펜실베이니아) 의원의 역할도 주목했다. 변호사, 교수 등을 지낸 그는 3명의 여성 탄핵소추위원 중 한 명이다.
2018년 하원에 입성한 뒤 여성의 '재생산 권리'와 총기법 개혁, 건강보험 개혁 등의 이슈에 매진해왔다고 BBC는 전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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