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 의무 어긴 것만으론 신의성실 원칙 반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김보경 기자 = 대법원이 중국법인 매각 불발을 두고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재무적 투자자(FI)와 벌인 소송 재판에서 두산[000150]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미래에셋 프라이빗에쿼티(PE) 등 투자자들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5년 11월 소송이 제기된 후 5년 2개월 만으로, 사실상 두산인프라코어가 승소한 것이다.
앞서 투자자들은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기업 공개(IPO)를 기대하며 DICC 지분 20%를 3천8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2014년 IPO가 무산됐다.
이에 투자자들은 나머지 지분 80%와 함께 지분 100%를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공개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수희망자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부자료가 공개되면 기밀 유출 우려가 있다며 실사 자료를 제한적으로 제공했고, 결국 자료 미비로 매각은 무산됐다.
투자자들은 "두산인프라코어 측이 IPO를 확언했으나 성사시키지 않았고 매각 작업에 협조하지 않는 등 주주 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2015년 소송을 제기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IPO 무산이 경기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인데다 이후 매각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며 투자자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왔다.
1심은 두산인프라코어 측에 매매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공개 매각 불발에 대한 두산인프라코어 측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투자자들이 요구한 매매대금 140억원 중 1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협조 의무를 어긴 것만으로는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날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협조의무 위반을 인정한 원심 결론은 타당하다"면서도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성취를 방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원고의 동반매도청구권 행사에 대해선 "해당 권리 행사를 전제로 주식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 상황과 진행단계에 따라 계약 당사자들은 상호 간 협조의무를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반매도청구권 행사 시 두산인프라코어의 요청이 있으면 매수예정자가 진정으로 매수 의향이 있는지, 의도에 별다른 문제가 있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제공하는 등 협조할 의무가 (원고에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동반매도청구권 등 투자자와 대상기업 주주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항 해석에 기준을 제시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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