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가까운 노력에도 땅파기 실패…5m 목표에 50㎝
지진·핵 측정 임무는 2년 연장, 3각 기상측정망 구성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행성' 화성의 지질학자로 파견된 '인사이트'(InSight)호가 주요 임무 중 하나인 행성 내부 온도 측정을 포기했다.
지열 측정을 위해서는 '두더지'(mole)라는 원통형 장비가 5m까지 파고들어야 하는데 2019년 2월 28일 첫 시도 이후 2년 가까운 노력에도 50㎝도 채 들어가지 못했다. 원통형으로 된 이 장비의 길이가 40㎝인 점을 고려하면 표면에서 10㎝도 잠기지 않은 상태다.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가 만든 '지열측정기'(HP3)에 포함된 이 장비는 끝이 뾰족하고, 길쭉한 원통 안에는 자동망치가 내장돼있어 못처럼 땅을 파고들게 고안됐다. 그러나 주변 토양의 마찰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약해 원통을 잡아주지 못함으로써 땅파기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지상실험을 통해 인사이트호의 2m 로봇팔 끝에 달린 주걱으로 두더지를 지탱하거나 상단을 누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결국 지난 9일 마지막으로 500차례의 망치질에도 진전이 없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5일 공식적으로 임무 중단을 선언했다.
인사이트라는 이름이 '지진 조사와 측지, 열 수송 등을 이용한 내부 탐사'(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에서 따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열 측정은 인사이트호의 주요 임무 중 하나였다.
<YNAPHOTO path='AKR20210115131300009_02_i.jpg' id='AKR20210115131300009_0501' title='인사이트호와 HP3, 두더지(왼쪽)' caption='자동망치가 내장된 두더지 [DLR 제공] '/>
두더지가 적어도 3m 이상 파고들어 가면 인사이트 본체와 연결된 줄에 달린 온도센서를 통해 화성 내부의 열 흐름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화성 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열이 흘러나오고 열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왔다.
HP3 책임연구원인 DLR의 틸먼 스폰은 "우리가 가진 것을 모두 줬지만 화성과 우리의 두더지는 여전히 공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성의 땅을 파야하는 미래 임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것을 배운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인사이트호의 로봇팔을 처음 설계 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일을 수행하도록 수억㎞ 떨어진 지구에서 명령을 내리고 활용한 것도 실패 속에 나온 성과로 평가됐다.
인사이트 운영팀은 지진계와 본체를 연결해 자료를 전송하고 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줄을 땅속에 뭍어 안정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NASA는 인사이트호 임무를 2022년 12월까지 2년 더 연장해 화성 최초의 지진계를 이용한 지진 탐색과 화성의 핵이 고체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X-밴드 안테나를 이용한 자료 수집 임무를 계속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인사이트호의 기상 센서는 핵추진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와 내달 18일 도착하는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호와 함께 입체적인 기상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NASA는 밝혔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