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개 회원국 군사력 감시 위해 자유로운 공중정찰 허용한 조약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30여 개 회원국 영토에 대한 자유로운 공중정찰을 허용하는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에서 탈퇴하는 내부 절차를 개시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탈퇴에 이어 러시아도 조약 탈퇴 절차를 시작하면서 이 조약의 기능이 크게 위축되게 됐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해 11월 22일 미국이 억지 구실로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했다. 이에 따라 조약 체결 시 달성된 참여국들의 이해 균형이 심하게 훼손되고 조약 효력에 심각한 손실이 가해졌으며, 신뢰와 안보 강화 도구로서 조약의 역할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새로운 여건에서 조약의 효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것의 기본 조항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제안들을 내놓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 동맹국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새로운 여건에서의 조약 기능 지속을 위한 장애 제거 업무에 진전이 없음에 따라 외무부는 러시아의 조약 탈퇴와 관련한 내부 절차 개시를 선언하도록 권한을 위임받았다"면서 "이 절차 종료와 함께 관련 통보가 조약 기탁국에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절차에 따라 항공자유화조약에서 완전히 탈퇴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 국가들이 지난 1992년 체결해 2002년부터 발효한 항공자유화조약은 가입국의 군사력 현황과 군사 활동에 대한 국제적 감시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원국 상호 간의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4개국이 회원국이었으나 지난해 11월 미국의 탈퇴로 33개국으로 운용돼 왔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23일 성명을 내고 앞서 5월 22일 '미국은 6개월 뒤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면서 "미국의 탈퇴는 11월 22일 효력이 발생했고 미국은 더는 회원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러시아가 조약을 따르지 않았고 그들이 따를 때까지 우리는 빠질 것"이라고 탈퇴 이유를 설명했다.
항공자유화조약 핵심 국가인 미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탈퇴하게 되면 이 조약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자국 언론에 러시아의 조약 탈퇴 절차 개시는 미국의 탈퇴 이후 조성된 용납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정보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과 접촉에서 러시아 영토 정찰 자료를 미국과 공유하도록 요구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자하로바는 "기본적으로 모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 영토를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 반해, 나토의 지도국인 미국 영토는 러시아의 감시로부터 폐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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