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의 곱지 않은 평가에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유지할 명분 약화
삼성은 일단 유지에 무게…이재용 부회장의 의지 강해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재구속되면서 앞으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거취와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준법위는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 ▲ 과감한 혁신 ▲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 3가지를 주문한 것을 계기로 출범한 조직이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가져오라"고 주문했고,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 설립으로 재판부의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삼성준법위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면서 지난해 2월 출범했다. 외형상 삼성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조직으로 꾸려졌다.
위원회는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통제하고, 삼성 계열사의 준법 의무 위반 위험이 높은 사안은 직접 검토해 회사측에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달 1회 이상 위원회를 열어 삼성 계열사의 준법감시제도에 대해 주기적으로 보고받고 실효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며, 개선사항을 권고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뉴삼성' 선언 이후 준법위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과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를 지속할 명분이 약해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은 그러나 일단 준법위의 조직과 활동은 계속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부회장은 선고공판을 일주일 앞둔 이달 11일에도 직접 준법위 위원과 만나 "준법위의 독립성과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재판부의 요구가 아니어도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 준법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나 삼성 입장에서 볼 때 준법위 활동으로 집행유예 등 감형을 기대했다가 허사가 된 격으로 볼 수 있지만,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나 최후진술 등을 통해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준법경영, 도덕성 강화 등을 계속해서 강조한 만큼 본인의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의 관계자는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권력의 부당한 요구에 불응할 수 있는 제도와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 어떤 기업보다도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권력과 단절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앞으로 준법위 활동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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