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시정연설로 본 올해 스가 외교…한국 '홀대' 뚜렷

입력 2021-01-18 14:50   수정 2021-01-18 15:14

국회 시정연설로 본 올해 스가 외교…한국 '홀대' 뚜렷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서 '매우' 빠져…언급 순서도 가장 마지막
아베가 강조한 '적극적 평화주의' 빠지고 '다자주의' 중시 표명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1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첫 국회 시정방침 연설 중 외교·안보 분야를 보면 한국에 대한 '홀대'가 두드러진다.
주변국 외교를 설명하면서 한국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보다 뒤에 마지막으로 언급했다.
아울러 작년 10월 국회 소신표명 연설 때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중요한 이웃국가'라고만 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정기국회 개원을 계기로 한 시정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다. 현재 양국 관계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다"며 한국 측에 관계 개선을 위한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가겠다고 밝혔다.
시정연설은 연초 정기국회 개원 때 총리가 1년 동안의 국정 방침을 설명하는 연설로, 임시국회나 특별국회에서 하는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과 구별된다. 스가 총리는 이날 작년 9월 16일 취임 이후 첫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스가 총리는 근린(近隣) 외교 정책을 설명하면서 북한, 중국, 러시아, 아세안, 한국 순으로 언급했다.
작년 1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는 시정연설에서 북한, 한국, 러시아, 중국 순으로 주변국 외교를 설명했고, 한국에 대해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말했다.
이후 스가 총리는 작년 10월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 때 한국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표현했다가 이번 시정연설에서 '매우'가 생략됐다.
교도통신은 이런 변화에 대해 한국 법원의 2018년 일본 기업 상대 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과 올해 1월 8일 일본 정부 상대 위안부 배상 판결 등에 따른 "관계 악화를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스가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 때도 주변국 외교 언급 순서는 북한, 아세안, 중국, 러시아 등에 이어 한국이 마지막이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적절한 대응을 한국 측에 강하게 요구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작년 소신표명과 이번 시정연설에 동일하게 담겼다.

앞서 스가 총리는 남관표 주일본 한국대사와 이임 면담도 하지 않아 '외교 결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주일 한국대사가 이임에 앞서 일본 총리와 면담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와 관련, 현지 민영방송 TBS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일본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법원의 판결 등을 고려해 스가 총리와 남 대사의 면담이 보류됐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전했다.
한편, 스가 총리의 이번 시정연설에선 아베 전 총리가 강조한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표현이 빠지고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특징이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때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기념사 등을 통해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장하면서 자위대 근거 조항을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의 개헌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내세웠다.
아베 전 총리는 작년 시정연설 때도 외교·안보 분야 첫 주제로 적극적 평화주의를 제시했지만, 스가 총리는 그 자리를 다자주의로 대신했다.

스가 총리는 "우리나라는 다자주의를 중시하며,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단결된 세계'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 만들기에 지도력을 발휘해 나갈 결의"라고 강조했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차기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주의 원칙을 중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가 총리는 미일 동맹에 대해서는 "일본 외교·안보의 기축"이라는 아베 전 총리 때 표현을 유지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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