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구속 당시 떠올리며 경영 차질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철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서 삼성측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날 삼성의 계열사 사장들과 임직원들은 사무실 등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이 부회장의 선고공판 결과를 기다렸다.
집행유예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던 삼성 임직원들은 실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침통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직원은 "이 부회장이 그동안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노조 설립도 허용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재판부가 진정성을 인정해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가 달라서 아쉽고 허탈하다"며 "직원들이 많이 상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재판부가 준법위 설립을 지시할 때만 해도 국가 경제 차원에서라도 집행유예를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 사실인데 결과적으로 희망고문이 되고 말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앞으로 1년 6개월간 총수 부재 상황에서 중차대한 회사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경영 차질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이 부회장이 2017년 구속됐을 당시에도 대규모 투자계획과 중대한 의사결정이 미뤄지고 그룹 인사가 연기되는 등 회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엔비디아, AMD, SK하이닉스[000660]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각각 ARM(암홀딩스), 자일링스, 인텔 낸드사업부 등 유망 기업들 사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장회사인 하만 인수 결정을 내린 이후 추가 인수는 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M&A는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결단을 내릴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하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는데 당분간 삼성은 총수 부재로 인해 보수적인 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도체 외에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이동통신(5G·6G), 바이오 등을 육성하기 위한 신규 투자 계획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의 한 임원은 "글로벌 시장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2017년 구속됐을 때보다 더 오랜 기간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며 "앞으로 삼성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대해 "논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준법위측은 그러면서 "재판 결과 관계없이 준법감시위원회의 주어진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흔들리지 않고 성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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