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에도 정상 운영되도록 거버넌스 구축해야" 지적도
시민단체는 구속 판결 환영…"응당한 처분"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향후 대규모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의 오너 경영자인 이 부회장이 구속돼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등 주요 결정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장기적 성장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총수 공백 상태로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결정에서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교수는 "삼성전자와 같은 정보통신 산업에선 적시에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삼성의 경쟁사인 애플이나 구글 등 IT 기업들은 최근 인수합병을 활발히 벌이고 있지만, 총수가 사라진 삼성은 주요 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사례에도 오너 경영자가 수감될 경우 '현상 유지'만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전문 경영인들이 단기 실적은 잘 챙길 수 있겠지만, 향후 5년, 10년 후 장기적 관점에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는 "우리나라 재벌 총수 구속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총수 부재 이후에도 전문경영인들의 역할 수행으로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처음 구속돼 약 1년간 수감생활을 했지만, 삼성전자는 2017년 반도체를 중심으로 53조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병태 교수는 "단기적 실적엔 영향이 없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됐을 때 삼성 최고경영자와 임원 인사가 지연됐고, 구조조정 결정도 미뤄졌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업계에서 기술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과감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이 어려워 중장기적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총수 공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스템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재용 교수는 "결과가 어찌 됐든 기업은 기업대로 정상적으로 경영돼야 한다"며 "삼성전자뿐 아니라 오너 경영자가 있는 한국 기업들은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강화해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에 대해 "응당한 처분"이라며 환영 입장을 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저지른 죄에 비하면 상당히 가벼운 벌이지만,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선고된 점은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외부 조직으로서 감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이사회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노동자 추천 이사 등의 제도 도입으로 이사회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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