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정부는 최근의 위안부 배상 판결 등 한일 양국 간 현안과 관련한 견해를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18일 신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유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카이 마나부(坂井學) 관방부(副)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한 것 등과 관련한 일본 정부 입장을 묻는 말에 "문 대통령 신년 회견에서 나온 일한(한일) 관계 발언에 유의(留意)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한 양국은 서로 중요한 이웃 나라인데, '옛 조선 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피해자를 의미)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현재 양국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했다.
이어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돌려놓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앞으로도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모든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카이 부장관은 문 대통령이 "해법을 찾도록 한일 간에 협의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견해를 거듭 묻자 "한국 측이 실제로 향후 행동하는지를 확실하게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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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부대변인인 사카이 부장관이 이날 언급한 핵심어인 '유의'는 '조심스럽게 관심을 두고 지켜본다'는 뜻이어서 문 대통령의 신년 회견을 계기로 징용 소송 문제 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변화한 자세를 보일지 주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배상 판결을 잇달아 확정한 것이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8일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 등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면서 피해자 중심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 양국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한일 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그것대로 또 해나가야 할 문제"라며 "과거사도 사안별로 분리해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일 현안으로 "수출규제 문제가 있고 강제징용 판결 문제가 있다"며 "그 문제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여러 차원의 대화를 하는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적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그 토대 위에서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해법을 찾도록 한일 간에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선 "강제집행 방식으로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된다든지 하는 것은 양국 관계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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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날 개원한 정기국회 외교 연설에서 한일 관계가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엄중한 상황에 빠져 있다"면서 "국제법상으로나 양국관계에서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이상 사태가 발생했다"고 위안부 배상 판결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을 속히 시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도 이날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현재 양국 관계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다"며 "건전한 관계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가겠다"고 밝혔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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