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당국 '비상'…석사학위 소지한 실직자
"코로나19 무서워 집으로 돌아갈 생각 안 해" 주장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한 30대 남성이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의 탑승 구역에서 3개월간 태연히 지내다 적발돼 항공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8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민 아디트야 싱(36)은 지난 16일 오전 11시 10분께 오헤어공항의 게이트 F12 인근에서 체포됐다.
조사 결과 그는 작년 10월 1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로 온 이후 줄곧 공항 내 유나이티드항공 전용 터미널 2청사 탑승장에서 숙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 당일 유나이티드항공 직원 2명이 다가가 신원을 묻기 전까지 별다른 제재를 받은 일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직원들로부터 신원 관련 질문을 받자 마스크를 내린 후 목 주변에 붙이고 있던 공항 직원용 배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이 배지가 지난해 10월 26일 분실 신고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결국 행적이 드러났다.
검찰은 그가 "코로나19가 무서워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탑승객들이 음식을 나눠주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그가 왜 시카고에 왔는지, 시카고에 연고가 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법원 수재나 오티스 판사는 17일 열린 보석금 책정 심리에서 "승인받지 않은 개인이 미국 최대 규모 오헤어공항의 보안구역 내에서 아무 제재 없이 석 달 동안이나 머물 수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의 진술에 놓고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정황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공항 보안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제한 구역 무단 침입·절도·명의도용 등의 혐의로 수감됐으며, 오는 27일 다시 법정에 서야 한다.
변호인에 따르면 그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시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서비스 산업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나 현재 실직 상태다. 전과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판사는 그에게 보석금 1천 달러(약 110만 원)를 책정했으며, 석방되더라도 오헤어공항에 다시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한편 시카고 항공국(CDA)은 18일 성명을 통해 "공항 안전과 보안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법집행 당국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용의자가 공항과 이용객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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