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 전 카랄 유적지에 무단 침입…고고학자에 살해 협박까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도시로 알려진 5천 년 된 페루 유적지가 무단 점유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182㎞ 떨어진 수페 계곡에 위치한 유적지 카랄에 지난해 3월 무렵부터 무단 점유자들의 침입과 파괴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가 시작돼 유적지 경비도 느슨해진 시점이었다.
고고학자인 다니엘 마이타는 AFP통신에 "국유지인 유적지에 사람들이 침입해서 작물을 심었다"며 "5천 년 된 문화의 증거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랄은 기원전 3천년에서 기원전 1천800년 사이 건조한 사막 지역에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명 도시다. 잉카 문명보다도 45세기쯤 앞서 미주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여겨진다.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무단 침입자들은 이 고대 유적지 일부를 차지하고 아보카도 등 과일과 콩을 심었다. 코로나19로 먹고 살기 힘들어져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침입자들은 1970년대 페루 농지 개혁 당시 자신들이 이곳 소유권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이타는 "(침입한) 가족들은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이곳이 유네스코 유산이며, 이 일로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코랄 유적지의 발굴작업을 주도하는 고고학자는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고고학자 루트 샤디(74)는 AFP에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해 유적지에 침입해 오두막집을 세우고 기계로 땅을 갈았다. 보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파괴한다"고 말했다.
샤디는 "그들이 어느 날 우리와 일하는 변호사에게 전화해 변호사와 나를 죽여 땅속 5m 아래 파묻겠다고 말했다"며 실제로 경고의 의미로 개를 독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신변 안전을 위해 리마로 이동해 경호를 받고 있다.
프란시스코 사가스티 페루 대통령은 최근 샤디에게 훈장을 수여하면서 샤디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경찰의 지원을 받아 유적지에서 점유자들을 쫓아내려 했으나 당시 지방 당국이 퇴거 명령을 내리지 않아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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