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불안하게 하는 정보 유포" vs "성소수자라서 추방당해"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가 코로나 사태 속에 인기 관광지 발리를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곳으로 소개하며 이곳을 찾아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미국인 장기 여행객을 추방했다.
20일 CNN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발리에 1년째 거주한 미국인 크리스틴 그레이는 1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발리는 생활비가 저렴하고, 편안하며 성소수자(LGBTQ)에게 친화적"이라고 적었다.
크리스틴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스튜디오 월세가 1천300 달러였는데, 발리에서는 나무가 있는 집의 월세가 겨우 400달러"라며 사진과 함께 발리 생활의 장점을 열거했다.
이어 발리 생활에 대해 자신이 쓴 e-북(30달러)을 링크하고, 45분에 50달러를 내면 발리에 들어올 수 있는 법을 자문해준다고 썼다.
인도네시아는 작년 4월부터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금지돼 있다.
그는 미국에서 실직 후 동성 애인과 함께 편도 티켓을 끊어 2020년 1월 발리에 들어온 뒤 그래픽 디자인 사업을 하며 '노마드'(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유목민처럼 일할 수 있는 사람) 생활을 즐겼다.
크리스틴의 트윗을 본 인도네시아인들은 즉각 거세게 반발했다.
코로나 상황에 외국인들더러 발리로 오라고 한 점, '성소수자에게 친화적'(퀴어 프렌들리)이라고 마음대로 정의한 점, 발리 최저임금이 177달러임에도 400달러 월세가 낮다고 한 점, e-북을 팔고 상담 자문료를 받겠다고 한 점 모두 문제라고 현지인들은 꼽았다.
발리는 힌두교 신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인도네시아 전체로는 인구의 87%가 이슬람신자로 이들은 종교적·사회적으로 동성애를 금기시한다.
거센 논란이 일자 이민국은 크리스틴을 찾아내 조사한 뒤 이민법 등 위반 혐의로 19일 저녁 동성 애인과 함께 추방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미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마룰리 마니후룩 법무인권부 발리사무소장은 "크리스틴은 대중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정보 유포 등 다수의 이민법 위반행위를 했다"며 "발리가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이라 하고, 팬데믹에도 인도네시아에 올 수 있다고 한 점 등이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발리 여행 자문료를 받는 사업을 한 점도 이민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틴은 "인도네시아에서 전혀 돈을 벌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며 "나는 성소수자라서 추방당하는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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