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포화에 매각 미지수…부분 매각·축소 재편 가능성도
IoT 핵심 기기 가치 여전…롤러블 성과가 변수 될 듯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으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주름잡던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이 5년 연속 적자 끝에 매각의 벼랑으로까지 몰리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피처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졌던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에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 등장이라는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등장을 계기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급변했으나 LG전자는 피처폰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고수했다.
뒤늦게 2014년 선보인 스마트폰 G3가 1천만대 이상 팔리면서 LG 휴대전화의 부흥을 알리는 듯했으나 그때뿐이었다.
LG전자는 2015년 G4와 V10의 부진을 2016년 모듈형 스마트폰 G5로 극복하려 했으나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런 구상도 실패했다.
지난해 내놓은 매스 프리미엄 벨벳과 스위블폰 윙도 흥행에 실패했다. 프리미엄 제품은 애플과 삼성전자에, 중저가군은 중국 업체에 시장을 완전히 빼앗긴 것이다.
결국 2015년 2분기 시작된 적자는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이어졌고, 이 기간 누적적자는 5조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19년 스마트폰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ODM(제조자개발생산) 생산 비율을 지속해서 높이고 MC사업본부 인력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해 몸집을 줄여왔다.
그럼에도 매각설은 매년 끊이지 않았고 이번에 결국 매각까지 포함한 사업 구조조정을 공식화한 것이다.
MC사업본부가 매각될 경우 인수 주체나 대금 등 세부 내용은 알려진 게 없다. LG전자측도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뿐이다.
업계에서는 중저가 모델에서 강점이 있는 중국 업체들이 잠재적 인수 후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최초 롤러블폰 상용화를 앞둔 LG전자의 기술력 확보와 한국 시장 확대를 위한 발판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인수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체 매각이 아니더라도 중국과 베트남, 인도, 중남미 등지에 있는 공장과 지식재산권 등 자산을 부분 매각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과포화 상태인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인수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당장 매각하는 대신 우선 사업을 축소 재편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함께 나온다. 이 경우 MC사업본부 조직은 다른 본부의 미니 부서로 흡수 합병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미래 성장동력인 사물인터넷(IoT) 산업의 핵심 기기인데, 이 사업을 완전히 접을 경우 가전과 전장 등 다른 주력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싣는다.
게다가 LG전자는 스마트폰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신제품 롤러블의 연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매각 공식화로 롤러블 개발도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LG측은 "여전히 개발이 진행중"이라고 확인했다.
따라서 롤러블을 제외한 다른 제품은 대폭 ODM으로 돌리거나 축소하고, 이후 롤러블의 성과에 따라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