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서 후 환한 표정으로 부인과 포옹…좌중서 박수·함성 환호
여야 지도부와 미사 참석으로 일정 시작…트럼프 고별사 배려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최선을 다해 미국의 헌법을 수호하고 지킬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20일(현지시간) 오전 11시49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올려놓고 취임선서를 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선서하며 미국의 46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여사와 포옹한 뒤 환한 표정으로 기쁨을 누렸다. 좌중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2주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취임선서를 통해 헌법 수호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의회 난입 사태로 짓밟힌 미국의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앞에는 축하 인파 대신 19만여개의 깃발이 휘날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추가 폭력사태 우려로 인파 운집을 막은 자리에 성조기와 50개 주를 상징하는 깃발을 빼곡히 꽂아둔 것이다.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소니아 소토마요르 연방대법관을 따라 선서하고 공식 취임했다. 엄숙한 표정으로 선서를 마친 해리스 부통령은 옆에서 성경을 들고 서 있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와 포옹했고 바이든 당선인이 바로 뒤에서 박수로 축하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일 일정은 성당 미사 참석으로 시작됐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은 대부분 대통령이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앞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예배를 한 것과 달리 워싱턴DC 세인트매슈 성당에서 열리는 미사에 참석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동행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극심한 대립을 이어온 여야 지도부가 분열을 내려놓고 화합으로 나아간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아침부터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떠나버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별사를 마칠 수 있도록 성당으로 출발하는 시간을 15분 정도 늦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별사 중에 자신이 예정대로 나타나면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성당 미사 이후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해리스 부통령 부부 등을 태운 경호차량 수십대가 천천히 의회 의사당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버락 오바마·조지 W. 부시·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 주요 외빈이 하나둘 의회에 도착했다. 트럼프 행정부 '넘버2'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와 의회 주요 인사들도 속속 의회를 찾았다.
취임식이 시작된 오전 11시20분을 앞두고 주요 참석자들이 하나씩 소개를 받으며 등장해 지정석에 착석했다. 시작 직전 문이 열리며 나타난 바이든 대통령 부부에게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고 바이든 대통령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과 주먹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취임식은 제러마이아 오도노번 예수회 신부의 기도로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가 2015년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미사를 집전하는 등 바이든 일가와 가까운 인사다.
참석자들이 손을 모아 기도하는 가운데 워싱턴DC 경비를 위해 동원된 주방위군들도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국가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해온 팝스타 레이디가가가 불렀다. 평화를 상징하려는 듯 가슴에 큼지막한 금빛 비둘기 장식을 하고 나타난 레이디가가의 열창에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첫 지지를 밝힌 노동조합 국제소방관협회(IAFF)의 앤드리아 홀이 제복을 입고 나와 수어(手語)를 병행하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했다. 팝스타 제니퍼 로페즈의 축하 공연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선서에 앞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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