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의 힘으로 이끌 것"…고립주의 탈피, 글로벌리더십 회복 선언
취임 연설에서 북한·중국·이란 등 언급은 없어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동맹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국제 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고립주의적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힘을 앞세우는 대신 동맹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제46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 국경 너머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라면서 이같은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시험을 받았고 우리는 더 강해졌다"며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단순히 힘의 모범이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와 발전, 안보를 위한 강력하고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 연설은 그동안 강조해온 대외 정책 기조를 집약해 보여준다. '미국이 돌아왔다'는 기조 아래 동맹 관계 강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이후 새 정부의 외교안보팀 지명자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안보팀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면서 미국은 동맹과 협력할 때 가장 강하다고 강조했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기치 아래 '신고립주의'를 지속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 추락을 불러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 핵 합의 등 각종 국제 협정에서 탈퇴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 대해서도 분담금 축소 등을 통해 비판적 입장을 유지했다.
동맹에 대해서도 '무임승차' 등의 용어를 써가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결속력을 약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전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선언이자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 및 동맹 중시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방주의 정책에서 선회, 미국 주도의 다자주의를 토대로 한 정책을 추진, 국제 질서 재편을 선도할 전망이다.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인권 등 글로벌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을 보여주면서 다자 협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정부 때 소원해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유럽 동맹과의 결속력을 다지고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과의 관계도 강화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열겠다고 밝힌 바 있어 중국 등 체제가 다른 경쟁국에 맞서 공조 확대도 예상된다.
연설에서 중국이나 북한, 이란 등 긴장 관계에 놓인 특정 국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외신에서는 이날 연설에 대해 미국의 다자주의로의 복귀와 지난 4년 간 훼손된 동맹 관계의 부활을 다짐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의 고립주의 정책으로부터 변화를 맹세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약화한 동맹을 복구하고 평화와 안보를 위한 강력한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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