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 환영…발묶인 이민자들도 '희망'

입력 2021-01-22 01:53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중단 환영…발묶인 이민자들도 '희망'
바이든의 '트럼프 이민정책' 뒤집기에 멕시코 정부 반색
멕시코서 기다리던 중미 출신 망명 신청자들도 기대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뒤집자 멕시코는 즉시 환영했다.
미국에 가지 못하고 국경 아래 멕시코에 발이 묶였던 중미 등의 이민자들도 새 희망으로 가득 찼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국경 장벽 건설 중단을 언급하며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취임 직후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작업을 중단시켰다. 국경 장벽 건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약속하고 퇴임 직전까지도 신경 썼던 역점 사업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또 비시민권자의 추방을 100일간 유예하는 한편 미등록 체류 미성년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제도의 유지·강화도 지시했다.
아울러 1월 1일을 기준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민자 약 1천100만 명에게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시민권 획득 기회를 주는 이민법안도 의회에 제출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같은 바이든 정부의 이민정책을 환영하며 특히 "미국내 멕시코인들이 보다 쉽게 합법적으로 이중 국적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매우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이민 2∼3세를 포함해 3천800만 명가량의 멕시코계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뒤집은 트럼프 이민정책 중엔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이민자들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멕시코 잔류'(Remain in Mexico) 정책도 포함됐다.
이 정책으로 주로 중미 국가 출신인 망명 신청자 수만 명이 멕시코 국경 도시에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갔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취임을 지켜보면서 드디어 미국 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멕시코 국경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18개월째 기다리고 있다는 니카라과인 제시카 바예스는 AFP통신에 "매우 기쁘다. 다시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2년째 멕시코에 발이 묶인 엘살바도르인 파티마는 "미국의 새 대통령은 우리를 좀더 생각해주는 것 같다"며 "우린 모두 인간이고 더 나은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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