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권 적극 동원…전염병·경제 등 주제별로 대응책 발표
트럼프 정책 뒤집고 '바이든 비전' 각인…국론분열·공화당 반대 난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무섭게 미국의 국내 현안을 중심으로 강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전날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열흘 간 매일 주제를 정해 역점 사안에 대한 대통령 행정명령 발동 등을 통해 대응 조치와 지침을 제시할 계획이다.
전날 17건의 행정조처에 서명한 데 이어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시작으로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경제난 완화, 미국 물품 구매, 인종평등, 기후변화, 보건, 이민 등 주제별 대응책 발표가 예정돼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10일간 서명할 행정 조치가 53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이라 행정명령처럼 의회 입법 없이도 가능한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긴급 처방을 내놓겠다는 취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부터 취임 100일 간 마스크 착용 권장, 백신 접종 1억회 달성, 학교와 기업 정상화 등 코로나19 억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누차 밝혔다.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9천억 달러(990조 원)의 경기 부양책이 부족하다고 보고 취임 전인 지난 14일에는 1조9천억 달러의 코로나19 추가 예산안을 의회에 제안했다.
정책 노선상 대척점에 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결별하고 '바이든 시대'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초반 중요한 의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당일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예산 전용 제한, 일부 이슬람국가의 입국금지 철회, 불법체류 청소년의 추방 유예제도인 '다카'(DACA)'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논란을 무릅쓰고 시행한 강력한 반(反) 이민정책을 줄줄이 뒤집는 내용이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 명령을 내렸는데,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주도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바이든의 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가장 논쟁적인 정책을 뒤집는 일련의 조처에 서명했다"며 "취임하자마자 즉시 트럼프 시대의 페이지를 넘기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통합이란 단어를 11번이나 쓰며 단결을 호소했지만, 트럼프 시대의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를 조기에 해소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상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시작되면 국론은 다시 한번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로 갈라지며 취임 초반 '골든 타임'이 탄핵 정국에 휘말릴 수 있다.
CNN방송은 "상원의 전직 대통령 탄핵 심리는 오래된 상처를 다시 헤집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각종 국정 과제를 시행하려면 향후 의회에서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CNN은 파리 기후변화 협약 복귀, 트럼프 이민정책의 철회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 공화당의 잠재적 찬성 표심을 이미 닫아버리게 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 이민, 인종평등, 보건 등 각종 개혁 입법을 줄줄이 제시할 예정이지만 공화당의 강한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1조9천억 달러의 추가 경기부양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 외신의 보도다.
바이든 대통령을 보좌할 각료 인준 절차가 느리게 진행되는 부분 역시 공화당의 적극성인 협조가 필요한 지점이다. 현재 각료 지명자 중 상원 인준을 통과한 이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 한 명뿐이다.
의회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공히 다수석 지위를 차지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국정운영의 버팀목으로서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상원의 경우 의석 자체는 50 대 50으로 동률로서, 당연직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합쳐서 민주당이 다수인 불안한 위치에 놓여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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