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민주당 체포' 망상 깨지자 "큐어넌 사기" 내부 비판
일부 '트럼프가 그림자 대통령' 주장도…공화의원은 바이든 탄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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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온 '큐어넌'(QAnon) 음모론 신봉자들이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앞서 계엄령을 선포하고 정부 내 악마 숭배자인 이른바 '딥 스테이트'와 민주당원들을 대거 체포해 공개 처형할 것이라는 황당한 음모론을 굳게 믿어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패닉에 빠졌다고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AP통신은 큐어넌 추종자들이 딥 스테이트의 검거와 처형 등을 예언한 이른바 '폭풍'의 시간과 '위대한 각성'의 순간이 실현되지 않자 분노와 혼란, 실망감을 표출하며 자중지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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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넌은 2017년 극우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에서 태동한 음모론 추종 집단이다.
익명의 극우주의자 '큐'(Q)는 온라인에 비밀 관료단체 '딥 스테이트'가 정부를 통제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원자라는 음모론을 퍼트렸다. 추종자들이 늘면서 이들은 큐어넌(큐와 익명을 뜻하는 '어나니머스'의 합성어)으로 불리게 됐다.
큐어넌 신봉자들은 이런 음모론을 믿다 보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옹호했고, 지난 6일 의회 난입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하지만 '트럼프 퇴임, 바이든 취임'이라는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자 일부 큐어넌 신봉자들은 '큐'의 계획이 틀렸다면서 탈퇴를 선언했다.
텔레그램 등에 개설된 큐어넌 대화방에는 "체포와 계엄령은 어디 있는가", "이제 끝났다", "큐어넌은 사기였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한 추종자는 "소셜미디어에서 로그아웃하고, 현실로 돌아갈 때"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인정해야 한다고 썼다.
큐어넌의 공개적인 이론가였던 론 왓킨스도 "우리는 모든 것을 바쳤다. 용기를 잃지 말고 이제 최선을 다해 일상으로 돌아가자"면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부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하는 '그림자 대통령' 역할을 할 것이라는 대안 현실을 재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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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티즌은 포챈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앞으로 4년 동안 벌어질 모든 일은 실제로 트럼프가 하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 취임조차 '큐'의 계획에 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셀프 퇴임식'을 할 때 성조기 17개가 휘날렸고, '큐'가 알파벳 17번째 글자라는 점을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통해 '큐'의 예언은 결국 실현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 탄핵론까지 등장했다.
큐어넌 신봉자로 알려진 마조리 그린 테일러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은 소셜미디어에 사기로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글을 올렸고, 다른 추종자들도 "바이든은 불법 대통령"이라고 동조했다.
큐어넌 실체 분석서를 낼 예정인 음모론 연구자 마크 로스차일드는 "그들은 음모론을 너무나 철저하게 믿었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난다는 것은 그들의 현실 세계에서는 없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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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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