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출연시 세액공제 10~20% 검토…목적세 신설 논의는 후순위로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이보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양극화 극복을 위해 추진되는 이익공유제가 자발적인 기부와 정부 운용기금 중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24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포스트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는 양경숙 의원을 중심으로 재난 극복을 위한 상생협력기금 또는 사회연대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당의 논의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의견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자발성'을 전제로 한 기금 조성이 유력하기에 정부의 사전 개입은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에서 다양한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특정한 방향을 설정하지는 않은 단계"라면서 "논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익공유제는 당이 주도적으로 방향을 잡은 이후 정부가 보완해 실무 작업에 착수하는 형태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TF가 준비 중인 제정안이 주목받는 이유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익공유제 개념을 언급한 뒤 기금 조성과 목적세 신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기금 조성안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고, 돈을 버는 기업들도 있는데 이들이 출연해서 기금을 만들어 고통받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또는 취약계층들을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관계자는 "세금을 걷는 문제보다는 기금 조성 쪽을 먼저 논의해보자고 해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TF는 기금의 재원을 정부가 일부 출연하되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로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기금 조성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 출연분으로는 쌓여 있는 여유 기금이나 공적자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TF는 현재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67개 기금 중 약 219조원(2019년 결산 기준)의 여유 자금을 일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쓰인 공적자금 중 아직 회수되지 않은 자금을 회수해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IMF 당시 금융업계에 168조7천억원이 지원됐는데, 현재까지 약 52조원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 부담금이나 한국은행이 보유한 잉여금 등도 재원으로 일부 활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세제 혜택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이 기금 선례로 언급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경우 출연금의 10%를 법인세액에서 공제하는 혜택을 주고 있는데, TF의 제정안은 좀 더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적어도 10%보다는 높게 공제 비율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TF 회의에서 공유된 중소벤처기업부의 '협력이익공유제 개념 및 국내 사례' 문건에는 출연금의 법인세 공제비율을 20%로 대폭 높이는 방안이 세제 혜택 예시로 담겨있다.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특별재난 구호비, 정부 제한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임대료 지원,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본 지역 또는 업계의 고용 지원, 의료진 지원 등에 사용하도록 규정할 방침이다.
민관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력기구를 별도로 만들어 기금을 조성하고 집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은 기금 조성 외의 이익공유제 방법론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수수료 인하, 코로나19 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활성화 등을 병행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기금 조성을 위한 목적세 신설 논의는 현재로선 후순위로 밀려 있다.
bob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