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러시아 국민, 경제문제·정치적 자유 축소에 분노"
저유가 고통·고질적 부패·팬데믹 탓 누적된 불만 시선집중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러시아에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수감으로 촉발된 시위가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나발니 수감과 관련한 러시아 내 시위가 정권을 겨냥한 대규모 운동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며 그 이면에는 생활 수준 악화와 정치적 자유 축소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불만이 깔려있다고 보도했다.
또 나발니가 구금된 뒤 국민의 불만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며 러시아 내 고질적인 만성적인 부패,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후 독일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지난 17일 러시아로 돌아왔지만 귀국 직후 체포됐다.
이후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는 지지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러시아 언론은 지난주 토요일인 23일 시위에는 1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나발니 수감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변호사 에브게니야 라고지나(28)는 러시아 서부 튜멘주에서 시위에 참가한 뒤 WSJ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편에서 부정부패로, 다른 한편에서 빈곤으로 정말 문제를 안고 있다"며 나발니 체포는 시위의 도화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괜찮은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며 "그것이 푸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시위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WSJ은 최근 러시아 시위에는 중년층과 중산층이 많이 참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23일 시위 참가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참가자의 40% 이상이 처음으로 시위에 나왔다.
반정부 시위에 공감하는 러시아 국민이 확대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WSJ은 이번 시위가 심상치 않다는 이유로 러시아 내 경제 악화를 꼽았다.
지난해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약 20% 떨어지면서 가난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고가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많은 러시아인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지적한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부패 의혹도 부담이다.
나발니는 지난 19일 자신이 이끄는 '반부패재단'을 통해 푸틴 대통령을 위해 건설된 흑해 연안의 거대한 고급 리조트 시설에 관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조회 수가 9천만 회를 넘겼으며 푸틴 대통령은 리조트 시설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며 부인했다.
다만, 전국적인 시위에도 푸틴 대통령이 당장 정치적 위기에 처하지는 않는다고 WSJ은 분석했다.
많은 러시아인은 여전히 푸틴 대통령을 대체할 수 없는 지도자로 여기고 있으며 작년 11월에는 그에 대한 지지도가 65%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또 푸틴 대통령은 권력기관인 경찰과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장기집권을 이어갈 토대도 마련했다.
러시아는 작년 7월 국민투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집권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헌안을 채택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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