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의약품 보고서 "팬데믹 위험성 병원균 16개 중 6개만 연구" 지적
"코로나도 수년간 경고 무시…수익 가능성 생기자 움직여"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대형 제약사들이 '제2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전혀 대비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가 후원하는 비영리 국제단체 '의약품접근성재단'(AMF)은 26일(현지시간) 발간한 '2021 의약품 접근성 지수' 보고서에서 "코로나19 관련 연구개발(R&D)은 증가했지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다른 병원균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전염병 예방을 위한 연구개발 청사진에서 매우 급속한 확산이나 팬데믹의 위험성이 있다고 언급한 16개 병원균 가운데 글로벌 20대 제약사가 현재 연구활동을 벌이는 병원균은 6개에 그쳤다.
그나마 코로나19에 연구가 집중됐다.
20대 제약사가 6개 병원균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는 총 76개인데 63개가 코로나19 등 코로나바이러스 관련이다.
2014년 서아프리카를 강타한 에볼라 관련 프로젝트는 5개고 지카바이러스와 치쿤구니야바이러스 관련은 각각 4개, 마버그바이러스와 엔테로바이러스 관련은 하나씩이다.
일부 지역에서 이미 유행하는 바이러스도 연구가 미미하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대표적으로 치쿤구니야열은 작년에만 아프리카 차드(3만8천600여건)와 인도(2만2천500여건), 태국(1만300여건) 등에서 수만 건 발생했다.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들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부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경고가 코로나19 대유행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제약업계와 사회는 준비가 안 돼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연구가 전무했다.
보고서는 "제약사 기반 대규모 연구는 다음 팬데믹 대비에 핵심 역할을 한다"라면서 "대형 제약사는 (전염병) 진단법과 백신, 치료제를 신속히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많은 대형 제약사가 자신들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며 기록적인 시간 내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해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됐다"라면서 "다만, 제약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빈국뿐 아니라 부국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이 명확해져 업계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생긴 뒤에야 움직였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8개 제약사가 연구개발 시 빈국의 의약품 접근성을 향상하는 계획을 함께 수립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기로 하는 등 사업과 의약품 접근성을 일치시키는 데 제약사들이 조금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평가한 '의약품 접근성 지수'에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4.2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노바티스(4.18), 존슨앤드존슨(3.76), 화이자(3.65), 사노피(3.47) 등이 5위 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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