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콜서 "의미있는 M&A 준비중"…이재용 부회장과 교감한 듯
순현금 104조원 달해…업계 반도체·5G·AI 기업 등 인수 전망
시설투자도 지속 확대…평택, 미국 오스틴 등 증설 계획 밝힐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철선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조만간 의미있는 기업 인수합병(M&A)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파운드리 등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투자도 확대한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최윤호 사장(CFO)은 28일 4분기 실적 발표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기존 산업에서 시장 주도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신규 산업에서도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2017년 2월 자동차 전장회사인 하만 인수를 마친 이후 M&A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그간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 등과 맞물려 M&A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최 사장은 "글로벌 무역갈등과 코로나19 확산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쟁은 심화되고 기술 난이도도 높아져 미래의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한 연구 개발 투자와 파운드리 등 시설투자 규모는 앞으로 더 크게 늘 것"이라며 "미래 성장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M&A 실행 여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의 이날 발언은 올해부터 3년간(2021~2023년) 진행할 주주환원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 사장은 지난 주주환원정책 기간(2018∼2020년) 동안 의미있는 규모의 M&A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매우 신중히 검토해왔으며, 이에 따라 많은 준비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내외 불확실 상황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이번 (주주환원) 정책기간 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지난 주주환원 정책기간에 M&A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보유 현금이 증가했고,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서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이 총 104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의 50%를 배당에 쓴다 해도 시설 투자나 M&A를 하지 않으면 나머지 잉여금은 계속 현금으로 쌓인다.
최 사장의 이날 M&A 시기로 언급한 '이번 정책기간 내'는 올해부터 3년 이내를 의미한다. 업계는 그러나 삼성이 오랜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검토했고, 많은 준비가 된 상태라고 말한 점에서 머지 않아 M&A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날 인수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반도체 관련 기업 인수를 가장 높게 점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재편에 나서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AMD, SK하이닉스[000660]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각각 ARM(암홀딩스), 자일링스, 인텔 낸드사업부 등 유망 기업들을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통신용 칩 경쟁사인 퀄컴도 최근 14억달러(약 1조5천365억원)를 들여 반도체 스타트업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업체인 누비아를 인수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는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 분야의 유망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많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또다른 미래 사업으로 밀고 있는 5G 등 차세대 이동통신이나 인공지능(AI), 전장 사업 관련 기업 중에서 인수 대상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 사장의 이날 발언은 수감중인 이재용 부회장과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삼성 사내망을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전자의 경영 차질과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총수 공백없이 업무를 추진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극자외선(EUV) 장비와 신규 공장 신설 등 파운드리 부문의 투자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가 올해 최대 3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해 삼성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은 일단 현재 공사중인 평택 P3라인에 대한 투자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최근 외신들은 앞다퉈 삼성의 미국 투자계획을 보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향후 3나노 칩까지 제조 가능한 공장을 오스틴에 설립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애리조나, 텍사스 또는 뉴욕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170억 달러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삼성의 투자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오스틴 공장 증설에 대비해 지난해 12월 공장 인근에 매입해둔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마친 상태"라며 "미국과 중국과의 정세도 살펴야겠지만 경쟁사들의 투자확대를 고려할 때 삼성도 조만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컨콜에서 미국내 반도체 공장 신규 투자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한진만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고객 수요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상시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라며 "기흥·화성·평택, 미국 오스틴 등 전 지역을 대상으로 사이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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