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획·미흡한 보호로 개체 줄며 31종 중 24종 멸종 위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세계 바다에서 상어와 가오리가 남획으로 1970년 이후 71%나 급감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상어와 가오리 전체 종(種)의 4분의 3 이상이 멸종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SFU) 생물과학과의 닉 덜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70년부터 2018년 사이 상어와 가오리 18종의 상대적 개체를 측정하고, 총 31종의 멸종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네이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상어와 가오리가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특정 해역에 국한된 것이었으며, 이번처럼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준 것은 없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지난 2010년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에서 합의된 '아이치 생물다양성 목표'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데 이용돼 온 두 가지 척도인 '지구생명지수'(LPI)와 '적색리스트지수'(RLI)를 활용해 분석을 진행했다.
LPI는 세계자연기금(WWF)이 1998년부터 발표해온 생물다양성 지표로, 4천여 종 1만6천여 개체군에 관한 정부 보고서와 온라인 자료, 학술 논문을 토대로 1970년 기준 개체 수 변화를 나타내며, RLI는 상대적 멸종위험 변화를 보여주는 지수다.
연구팀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상어전문가그룹의 워크숍에서 편찬하고 검토한 57개 시계열 자료를 토대로 상어와 가오리 18종의 LPI를 산출했다.
그 결과, 상어와 가오리의 상대적 개체는 1970년 이후 71.1%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체 개체 수 대비 어업으로 붙잡히는 개체의 비율을 나타내는 '어업압력;(fishing pressure)은 18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멸종위협을 받는 상어와 가오리는 총 31종 중 24종에 달했다.
특히 장완흉상어(oceanic whitetip shark)를 비롯한 상어 3종은 IUCN 목록에서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의 재료가 돼 무차별적으로 남획된 장완흉상어는 지난 60년간 98%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돼 있다.
상어 지느러미를 구하려는 표적 남획 이외에도 참치나 황새치 낚시를 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붙잡혀 죽는 사례도 자주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남획과 미흡한 보호가 상어와 가오리의 개체 수 급감을 초래한 것으로 지적하면서 개체 붕괴를 막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보호를 위한 노력이 전개되면 개체 수 회복이 아직은 가능한 단계라고 했다.
상어와 가오리는 연골어류로 생식이 가능한 성체로 자라는데 여러 해가 걸리고 새끼도 적게 낳아 개체 붕괴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논문 제1 저자인 SFU의 네이선 파코루 박사는 "상어와 가오리는 다른 어류와 달리 개체가 신속하게 보충되지 않는다"면서 "생식 시기와 관련해서는 포유류에 가깝고 이런 점이 특히 더 취약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듀크대학의 저명 생태학자 스튜어트 핌 박사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상어는 바다의 사자나 호랑이, 곰과 같은 존재로 바다 생태계의 균형 유지를 돕는 역할을 한다"면서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해양 먹이사슬의 모든 부분에 충격을 주게 된다"고 상어가 사라진 바다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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