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상황 등 점검…자치정부는 불편한 기색 내비쳐
'봉쇄조치 위반' 지적에 "총리는 지역사회·주민에 다가가야" 반박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분리독립 여론이 확대되고 있는 스코틀랜드를 방문했다.
존슨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영국 전체가 합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가장 먼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대학병원의 라이트하우스 연구소를 찾았다.
이 연구소는 코로나19 검사를 수행하는 곳이다.
존슨 총리는 이어 글래스고에 군이 구축 중인 백신 센터를 들른 뒤 리빙스턴에 있는 발네바 백신 공장을 방문했다.
영국 정부는 프랑스에 본부를 둔 바이오업체 발네바가 개발 중인 백신 6천만개를 사전에 확보했으며, 스코틀랜드의 공장에서 이를 생산할 예정이다.
존슨 총리의 이날 방문이 관심을 끈 것은 최근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움직임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지지율이 50%를 넘자 집권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제2 주민투표 추진을 공식화했다.
SNP는 지난 주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오는 5월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 SNP가 다수당을 차지하면 투표를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BBC는 존슨 총리의 이날 방문 목적은 스코틀랜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연합 왕국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방문에서 분리독립 주민투표 논란보다는 팬데믹과의 싸움과 강력한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의 헌법적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국민투표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대부분 주민의 걱정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방문 전에 내놓은 메시지에서도 "영국 전역에 걸친 협력의 혜택은 팬데믹 이후 분명해졌다"면서 "우리는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해 함께 일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서비스 등을 위해 정부가 86억 파운드(약 13조원)를 스코틀랜드에 지원하는 한편, 93만개의 일자리를 보호했다고 강조했다.
SNP 대표인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존슨 총리의 방문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존슨 총리가 스코틀랜드를 방문하는 것은 규정 위반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총리가 영국 전역의 기업과 지역사회, 주민들의 눈에 보이면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팬데믹 기간에는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아무도 (총리의 스코틀랜드 방문이)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조차 "그는 영국의 총리다.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이번 일에 관한 한 총리 편"이라고 두둔했다.
스코틀랜드는 300년 이상 영국의 일원으로 지내오다가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했으나 독립 반대 55.3%, 찬성 44.7%로 부결됐다.
그러나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키로 하면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이끄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중앙정부에 분리독립 제2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2019년 말 영국 조기 총선에서 SNP가 스코틀랜드 59개 지역구에서 무려 48석을 차지하자 스터전 수반은 분리독립 주민투표 요구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존슨 총리는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일생에 한 번 있는 투표였다며, 한 세대가 지나는 40년 안에는 열려서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존슨은 지난해 "연합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에 관한 투표를 6년 전에 했다"면서 "이는 아무리 계산해도 한 세대가 아니다. 사람들은 나라 전체가 강력하게 다시 (코로나19에서) 회복되기를 원하며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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