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결국 P플랜으로…산은 등 채권자 동의가 변수

입력 2021-01-29 11:05   수정 2021-01-29 11:24

쌍용차 결국 P플랜으로…산은 등 채권자 동의가 변수
감자 후 HAAH오토모티브가 2억5천만달러 유상증자, 지분 51% 확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남권 김연정 기자 =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자동차가 결국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 카드를 꺼내 들면서 채권자들의 동의가 변수로 떠올랐다.
P플랜에 돌입하려면 상거래 채권자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채권자 절반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예병태 쌍용차[003620] 사장은 전날 쌍용차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P플랜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와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 간 쌍용차 매각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P플랜은 채무자나 채권자가 회생 절차 개시 전까지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그에 따라 법원의 심리·결의를 통해 인가를 받는 방식이다.
미리 회생 계획안을 마련해 놓은 뒤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회생 계획안 제출에만 4개월 넘게 걸리는 통상적인 회생 절차보다 회생에 걸리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쌍용차의 P플랜에는 감자로 마힌드라 지분율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가 2억5천만달러(약 2천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51%)로 올라서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해 현재 7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법원이 채권자협의회를 통해 감자 비율을 정하고 유상증자 후 HAAH오토모티브가 대주주가 되면 마힌드라의 손해는 불가피해진다.
단, P플랜에 들어가려면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을 가진 채권자가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쌍용차 부채는 1조원 가량인데 상거래 채권자가 60%, 산은 20%, 외국계 금융기관 등 다른 채권자가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회생 계획안에 채권자의 부채 일부가 탕감된다는 점에서 대기업 협력업체 등 상거래 채권자가 동의가 중요하다.
한 관계자는 "중소 영세업체들은 쌍용차가 무너지면 회사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P플랜에 동의하겠으나 대기업 협력업체는 상황이 달라 이들 업체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쌍용차의 기업 회생 신청 이후 일부 대기업 부품업체는 납품을 거부하며 납품 재개 조건으로 어음 대신 현금 지급을 요구하기도 했다.
P플랜마저 무산되면 쌍용차의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대기업 협력업체 설득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정부는 이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 쌍용차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산은의 입장 역시 P플랜 성사의 주요 변수다.
산은은 쌍용차의 미래 사업성이 담보돼야 회생 계획안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내건 2가지 조건(흑자 전환 전 쟁의행위 금지·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늘리기)을 쌍용차 노조가 받아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무분규 선언 이후 지금까지 쟁의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파업 금지 조건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단협 기한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법안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쌍용차 노조가 지금 산은 요구를 받아들이면 불법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단협 기한 늘리는 문제를 쌍용차 노조와 합의할 때 7월 이후부터 적용한다는 문구를 넣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P플랜이 무산되면 쌍용차 파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산은과 쌍용차 노조가 적절한 지점에서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ong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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