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스마트폰 철수 검토 보도…인공지능·클라우드 집중하나
미 "화웨이 통신장비 위협"…중 매체 "미국 압력에 대비해야"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까지 올랐던 중국 화웨이(華爲)가 미국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6위로 곤두박질쳤다.
29일 CNBC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화웨이의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3천30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41%나 감소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8%에 그친 것으로 추산했다.
화웨이는 애플, 삼성에 크게 뒤진 것은 물론 중국 라이벌 샤오미, 오포, 비보에도 밀려나 6위 업체로 전락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도 화웨이의 작년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3천200만대로 1년 전보다 거의 43% 줄었다고 발표했다.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5위 안에서 밀려난 것은 6년만에 처음이라고 캐널리스는 밝혔다.
이 업체 애널리스트 앰버 류는 보고서에서 미국 제재의 결과 화웨이가 대부분 시장에서 갑자기 밀려났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0년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으로는 세계 3위다.
화웨이의 퇴조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낸 애플과 대조적이다.
리서치업체 IDC 추산에 따르면 애플은 작년 4분기 9천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며 삼성전자로부터 1위를 되찾았다. 애플의 이같은 판매량은 어떤 업체도 달성하지 못 했던 기록이다.
애플은 자사 첫 5G 모델인 아이폰 12의 인기 덕에 판매량을 22% 늘렸고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23.4%로 높아졌다.
애플은 중국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화웨이의 점유율을 빼앗았는데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화웨이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공급이 충분하지 못 했다고 캐널리스 애널리스트 니콜 펑은 말했다.
미국 제재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 기업들의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길이 차단됐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쓸 수 없게 된 것은 구글 검색이나 유튜브 등이 막혀 있는 중국에서는 큰 일이 아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소비자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지난해에는 화웨이가 대만 TSMC 같은 업체에서 첨단 반도체를 공급받을 길을 완전히 끊기까지 했다.
지난해 4분기 화웨이는 이제까지 선방했던 중국 시장에서도 큰 타격이 있었다. 상하이에 있는 CINNO 리서치에 따르면 화웨이의 4분기 중국 시장 판매량은 2천420만대로 40% 넘게 줄었다.
로이터통신은 화웨이가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지난해 11월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한데 이어 플래그십 브랜드 'P'와 '메이트'까지 팔려고 검토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는 화웨이가 고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결국 철수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화웨이는 이같은 계획을 부인했다.
화웨이는 최근 스마트폰 사업을 키워낸 위청둥(余承東) 소비자 부문 CEO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분야도 이끌도록 했는데 이는 화웨이가 다른 사업으로 초점을 돌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CNBC는 전했다.
한편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화웨이가 미국 새 정부의 압력에 대비해야 한다고 29일 지적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7일(현지시간) "화웨이를 포함한 신뢰할 수 없는 업체들이 만든 통신장비는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미국의 통신망을 화웨이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이 의료 분야 등에서는 중국과 협력하겠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의 차세대 기술 지배가 위협받을 수 있는 핵심 분야에서는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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