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보고서…"무상지원·저리융자보다 지속 가능"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정치권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영업 손실을 재정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관련 보험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31일 보험연구원 간행물 'KIRI 리포트'에 실린 '주요국의 감염병리스크 기업보장프로그램 논의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기존 테러보험 프로그램을 차용한 팬데믹 영업 손실 보험 도입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영업 손실이 테러로 인해 발생하는 '물적 피해를 수반하지 않는 영업 중단 손실'(NDBI)과 비슷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테러가 일어났거나 예상되는 지역 일대에 출입이 통제되고 테러 위험이 해소되기까지 주변 일대에 영업제한령이 내려지는 상황이 코로나19의 휴업 사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은 테러나 재난과 달리 전국, 전 세계가 장기간 타격을 받기에 보험업계가 그 위험을 전적으로 인수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주요국 정부와 보험업계가 검토하는 감염병 영업 손실 보험은 기존 재난 보험과 비교해 정부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현재까지 제안된 팬데믹 영업 손실 보험의 대표적인 유형은 보험사의 보장 한도를 정하고 부족한 보험금은 정부가 부담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입자도 보험사의 보장 한도에 따라 산출한 보험료만 내면 된다. 미국에서 논의 중인 '팬데믹 리스크 재보험 프로그램(PRRP)', 기업휴지프로그램(BIP), 팬데믹 재보험(Pandemic Re)이 이에 해당한다.
프랑스 보험협회는 보험사가 영업 손실 보험을 제공하되, 정부가 재보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로이즈(Lloyd's) 시장(조합) 등 영국 보험업계도 보험사가 영업 손실 보험과 재보험을 판매하고, 보험 재정이 소진되면 정부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미국의 홍수보험프로그램처럼 정부가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되 보험 운영만 보험사에 맡기는 모델(BCPP)도 거론된다.
송윤아 연구위원과 홍보배 연구원은 "예기치 못한 감염병 위기에서 기업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무상 지원과 저리 융자 방식의 정책수단이 동원됐으나 미래 감염병 리스크에 대비해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우리나라도 미래 감염병에 대비해 기업(영업) 보장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때 기존 재난 보험의 공사협력모형을 벗어나 다양한 모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 대표적인 재난 보험인 풍수해보험은 정부가 보험료의 최대 92%를 지원하나 정부 보상의 대체재 성격으로 운영되면서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송윤아 연구위원은 "정부 지원과 보완적 관계가 되도록 팬데믹 영업 손실 보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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