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재결합이냐 조기 총선이냐'…이탈리아 정국 위기 갈림길
마타렐라 대통령, 연정 구성 협의 종료…연정 재건 기회 주기로
내달 2일까지 협상…불발되면 거국내각 구성 또는 총선으로 갈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주 넘게 지속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정국 위기가 전환점을 맞았다.
완전히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이냐, 기존 연정을 되살릴 것이냐를 가르는 분기점에서 일단 후자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국 위기를 관리하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27∼29일 사흘간 새 연정 구성을 위한 정당별 협의를 마친 뒤 기존 연정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29일 밤 반체제정당 오성운동(M5S) 소속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을 호출해 기존 연정 구성 정당의 이견을 조율할 책무를 맡겼다. 재결합하겠다는 합의를 받아오라는 것이다. 기한은 내달 2일까지다.
기존 연정 구성 정당은 오성운동, 중도좌파 민주당(PD), 중도당 생동하는 이탈리아(IV) 등이다.2019년 9월 형성된 이 연정은 지난 13일 IV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등에 대한 정책 이견을 내세워 이탈을 선언하며 위기를 맞았고 결국 26일 주세페 콘테 총리가 사퇴하며 1년 4개월간의 짧은 생명에 종지부를 찍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기존 연정의 재건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당사자 간 다소간의 분란이 있긴 하지만 재결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사회·경제적 난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는 의중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연정 협의를 모두 마친 뒤 취재진에 "가능한 한 빨리 정부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평시에는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에 머물지만 지금과 같은 정국 위기 시에는 총리 지명, 의회 해산, 총선 실시 결정 등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다만, 마타렐라 대통령의 바람대로 기존 연정 재건이 가능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관건은 콘테 총리의 유임 여부다.
현 의회에서 최대 의석수를 가진 오성운동은 물로 민주당도 콘테 총리를 강력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IV는 콘테 총리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IV는 연정 이탈 당시에도 콘테 총리의 무능하고 비민주적인 국정 운영 능력을 비판한 바 있다.
기존 연정 재건 노력이 실패할 경우 당적이 없는 중립 성향의 새로운 총리 후보 아래 거국내각 구성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이마저 물거품이 되면 결국 현 의회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가운데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선택지만 남게 된다. 현재의 여론 구도상 총선이 치러지면 극우 정당 동맹이 이끄는 야권 우파연합이 압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우파연합은 마타렐라 대통령과의 연정 협의에서도 "기존 연정의 연장이나 새 연정 구성은 의미가 없다"면서 "당장 총선을 실시해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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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렐라 대통령, 연정 구성 협의 종료…연정 재건 기회 주기로
내달 2일까지 협상…불발되면 거국내각 구성 또는 총선으로 갈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주 넘게 지속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정국 위기가 전환점을 맞았다.
완전히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이냐, 기존 연정을 되살릴 것이냐를 가르는 분기점에서 일단 후자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국 위기를 관리하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27∼29일 사흘간 새 연정 구성을 위한 정당별 협의를 마친 뒤 기존 연정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29일 밤 반체제정당 오성운동(M5S) 소속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을 호출해 기존 연정 구성 정당의 이견을 조율할 책무를 맡겼다. 재결합하겠다는 합의를 받아오라는 것이다. 기한은 내달 2일까지다.
기존 연정 구성 정당은 오성운동, 중도좌파 민주당(PD), 중도당 생동하는 이탈리아(IV) 등이다.2019년 9월 형성된 이 연정은 지난 13일 IV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등에 대한 정책 이견을 내세워 이탈을 선언하며 위기를 맞았고 결국 26일 주세페 콘테 총리가 사퇴하며 1년 4개월간의 짧은 생명에 종지부를 찍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기존 연정의 재건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당사자 간 다소간의 분란이 있긴 하지만 재결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사회·경제적 난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는 의중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연정 협의를 모두 마친 뒤 취재진에 "가능한 한 빨리 정부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평시에는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에 머물지만 지금과 같은 정국 위기 시에는 총리 지명, 의회 해산, 총선 실시 결정 등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다만, 마타렐라 대통령의 바람대로 기존 연정 재건이 가능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관건은 콘테 총리의 유임 여부다.
현 의회에서 최대 의석수를 가진 오성운동은 물로 민주당도 콘테 총리를 강력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IV는 콘테 총리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IV는 연정 이탈 당시에도 콘테 총리의 무능하고 비민주적인 국정 운영 능력을 비판한 바 있다.
기존 연정 재건 노력이 실패할 경우 당적이 없는 중립 성향의 새로운 총리 후보 아래 거국내각 구성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이마저 물거품이 되면 결국 현 의회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가운데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선택지만 남게 된다. 현재의 여론 구도상 총선이 치러지면 극우 정당 동맹이 이끄는 야권 우파연합이 압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우파연합은 마타렐라 대통령과의 연정 협의에서도 "기존 연정의 연장이나 새 연정 구성은 의미가 없다"면서 "당장 총선을 실시해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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