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개미들의 반란 집중조명…"증시 전반 영향력은 제한적" 시각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반란으로 불리는 미국 '게임스톱 사태'를 놓고 미 주요 매체들도 연일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개인 투자자가 월가의 헤지펀드를 물리친 이번 사건은 증시 역사상 이정표가 될 혁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게임스톱 혁명을 이끄는 진짜 세력'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개미들의 집단행동은 고(故) 잭 보글 뱅가드그룹 창업자가 토대를 놓은 50년에 걸친 '시장 민주화'의 정점이라고 분석했다.
1975년 뱅가드그룹을 세운 보글은 기관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인덱스 뮤추얼 펀드를 최초로 만들고 수수료를 낮추는 등 개미들의 저비용 투자를 도운 인물이다.
보글이 뿌린 씨앗이 싹트고 자라 오늘날 로빈후드와 같은 '수수료 공짜' 증권앱까지 등장, 개인 투자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수십년 전 주식형 펀드 수수료가 최대 8%, 개인 투자자의 주식 거래 수수료가 최대 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에 가깝다.
게임스톱으로 상징되는 투자 혁명의 최종 단계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라고 신문은 전했다.
수백만 개인 투자자들이 온라인에서 서로를 독려하면서 푼돈을 모아 공매도에 베팅한 거대 자본을 압도했다는 점에서다.
이런 혁명적 사건은 마치 미 프로농구(NBA)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경기를 보는 '카우치 포테이토'(소파에 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TV만 보는 사람)들이 맥주를 비운 뒤 코트에 뛰어들어 르브론 제임스의 슛을 블록하고 앤서니 데이비스를 넘어 덩크슛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WSJ은 비유했다.
사실 아마추어 투자자들에게는 전문적인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유리한 점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단기 손실을 무시하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개미들의 무기다. 전문 트레이더들은 실적이 나쁘면 해고당할 수 있고, 상황이 어려워질 때 고객들로부터 투자금 반환을 요구당할 수 있다.
이제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장점을 살려 온라인을 중심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서로 뭉쳐 헤지펀드들이 공매도한 주식의 가격을 오히려 더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경우 이러한 공모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증시에 거품이 형성됐던 1999∼2000년, 그리고 1901년 무렵을 각각 연상시킨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게임스톱 등 일부 주식에서 벌어진 이번 혁명이 시장 전반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 대상이 된 주식들은 작년 12월 31일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0.13%, 소형주 위주로 구성된 지수에서 4∼5%의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이 비중은 개미들의 반란이 한창이던 1월 27일 현재 각각 0.17%와 8.6∼11%로 올라갔다. 상당폭 올라간 것이기는 하지만 증시 전체에 큰 임팩트를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최근 게임스톱 등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빚 부담에 시달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매도 시기도 고민 중이라고 WSJ이 별도의 기사에서 보도했다.
디트로이트에 사는 IT(정보기술) 전문가 덴 코박스(25)는 전날 게임스톱 주식을 팔아 2천500달러에 가까운 현금을 마련했다. 7천달러에 이르는 카드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레딧의 한 이용자는 게임스톱 주식 매매로 학자금 대출 2만3천달러를 갚았다면서 "내가 이렇게 빨리 갚을 거라고 결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대출 상환, 학자금, 결혼 자금, 내집 마련 등을 위해 주식 매도를 검토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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