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손실보상법 논의에 밀려 수면 밑으로 들어갔던 4차 재난지원금이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여당이 연초부터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제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국민들의 기대감은 잔뜩 부풀어 올랐다.
정부·여당의 손실보상 소급적용 불가 방침에도 강제 영업규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매출 손실분의 소급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여기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일반 업종 피해자나 저소득층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만 국민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런 와중에 경기도는 선제적으로 1일부터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나서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상생연대 3법(손실보상법,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처리와 함께 4차 재난지원금의 지급액과 방식, 지급 시기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돌고 돌아 다시 재난지원금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합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기 진작 필요가 생기면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초지일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이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재난지원금 지급은 기정사실화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장기화하면서 영업규제로 고통이 커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집단 반발하자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최고위 회의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영업손실을 보상·지원하는 제도적 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동주 의원은 같은 날 '코로나19 감염병 피해 소상공인 등 구제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당내 논의의 무게중심은 손실보상제로 옮겨졌다. 존폐의 기로를 호소하는 영업 제한·금지 자영업자·소상공인 문제 해결이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1월 2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3월 내, 늦어도 4월 초에는 지급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손실보상의 시한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막상 손실보상제를 법제화하려 하자 간단치 않은 문제들이 불거졌다. 정부 조치로 인한 피해업종의 범위, 피해액 산정기준, 보상 규모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4월 이전 지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간과 싸워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4차 재난지원금 우선 지급으로 피해 업종의 과거 피해를 일정 부분 보상하고, 미래에 발생할 피해는 손실보상법의 법제화로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 '전 국민+두터운 선별'로 가나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 "신속하고 유연하게"라는 원칙을 갖고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또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과 관련 "작년에 저희가 지원해드렸는데 그때보다 지원액을 늘린다 해도 받는 입장에서는 고통이 커져서 그렇게 위안이 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몇 가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가계부채가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조금 더 부채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이를 두고 1차 때와 같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함께 정부 조치로 인한 피해 업종에는 훨씬 두텁게 지원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선별 지원에 대한 국민 불만을 다독이고 손실보상제의 소급 적용 불가에 반발하는 피해 업종을 무마할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과감한 확장재정 정책으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 보편, 선별, 보상 등 필요한 정책을 모두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을 20조원 규모로 편성하는 방안이 검토 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재난지원 때처럼 전 국민에게 모두 14조원, 피해 업종에는 6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피해 업종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4인 가족 기준 100만원) 외에 3차 재난지원금 지급액인 100만~300만원을 더 받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대부분을 국채를 찍어 조달해야 하는데 국가채무비율 상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아직 끝나지 않은데다 2∼3차 재난지원금을 거치면서 정립된 선별지원 원칙을 허문다는 점도 부담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는 피해 업종이나 규모를 제대로 몰랐기에 보편지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쳐도 지금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피해 업종과 액수를 가릴 수 있다"면서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눠주는 게 형평이 아니라 아픈 사람에게 주는 것이 형평"이라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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