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 가전 통합 영업이익 많아
코로나19 덕에 생활가전 양사 모두 호실적, TV에서 갈린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국내 전자업계의 라이벌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지난해 경영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TV와 생활가전을 합한 통합 소비자 가전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영업이익을 2016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양 사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콕·펜트업(억눌린) 수요 덕에 생활가전 실적이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TV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갈린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TV와 생활가전을 합한 소비자가전(CE) 부문에서 총 48조1천700억원의 매출과 3조5천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매출 44조7천600억원, 영업이익 2조6천100억원) 대비 매출은 7.6%, 영업이익은 36.4% 증가한 것으로 CE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의 성적이다.
코로나19 펜트업·집콕 수요 덕에 매출 비중이 큰 TV 부문에서 꾸준한 실적을 냈고, 생활가전도 '비스포크' 시리즈의 인기를 앞세워 선전한 결과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생활가전(H&A)에서만 매출 22조2천691억원, 영업이익 2조3천52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LG전자의 생활가전 영업이익은 삼성은 물론 미국의 월풀보다 높은 글로벌 1위 실적이다.
그러나 LG전자의 생활가전과 TV(HE) 부문을 합한 가전 전체 통합 영업이익은 3조3천200억원으로 삼성전자에 2천억원가량 뒤졌다.
삼성전자는 그간 매출 면에서는 LG전자와 비교해 큰 격차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영업이익은 2017년부터 3년 연속 LG전자에 1위를 내줬다.
중국의 거센 공격 속에서도 QLED를 앞세운 TV는 15년 연속 글로벌 1위 판매 실적을 거두며 선전했으나, 생활가전의 부진이 컸다.
반면 LG전자는 2017년부터 생활가전이 급성장했다. 의류관리기·드럼세탁기·건조기 등 소비자의 호응을 높인 신가전 제품 출시로 삼성전자에 우위를 점하며 '가전은 LG'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LG전자의 경우 2016년까지는 TV 매출이 생활가전보다 많았으나 2017년부터 생활가전(18조5천150억원)의 매출이 TV(16조4천331억원)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2017년 2조원 선이던 두 부문 매출 격차도 지난해 9조원까지 벌어졌다.
영업이익도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TV와 생활가전 둘 다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엔 생활가전의 영업이익이 TV보다 1조4천억원이나 많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은 TV 시장에서의 우위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에 호응을 얻은 비스포크 시리즈를 바탕으로 생활가전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가전(CE)의 부문에서 TV 매출의 비중이 2016년에는 61%에 달했으나 2019년 58.5%, 작년에는 57.5%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CE 부문 전체 매출이 최근 2년 연속 증가한 것을 고려할 때 가전의 매출 비중이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CE 부문 실적에는 의료기기 사업부문이 다시 포함됐지만 이익에 미치는 수준은 미미해 보인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올해 양 사는 TV 시장에서는 기존 QLED와 OLED TV 외에 미니 LED TV에서 격돌하고, 스팀가전(LG)과 맞춤형 취향가전 비스포크(삼성)를 앞세운 생활가전 시장에서도 경쟁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와 생활가전 부문에서 서로 오랜기간 선의의 경쟁을 벌인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뽐낼 수 있었다"며 "양 사의 올해 실적 경쟁도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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