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게시마 기지' 관할 시장 선거서 져 건설계획에 차질 예상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올해 정권이 걸린 중의원(국회 하원 격)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일본 집권 자민당의 추천 후보들이 지자체 단위 선거에서 연이어 쓴잔을 들고 있다.
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전날(31일) 치러진 가고시마(鹿兒島)현 니시노오모테(西之表)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현직인 야이타 슌스케(八板俊輔·67) 후보가 자민당 추천을 받아 출마한 후쿠이 기요노부( 福井?信·71) 후보와의 접전 끝에 재선에 성공했다.
투표율이 80%를 넘은 이 선거는 니시노오모테시(市)가 미군 전투기 훈련장 조성 부지인 무인도 마게시마(馬毛島)를 관할에 둔 지자체여서 특별히 주목을 받았다.
자민당이 이끄는 현 일본 정권은 마게시마에 미 항모 탑재기의 육상 이착륙훈련(FCLP) 비행장으로 이용할 자위대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재선을 이룬 야이타 현 시장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마게시마에 기지를 만들면 잃을 것이 더 많다"고 주장하며 기지 건설 반대를 공약했다.
자민당이 지원한 후쿠이 후보는 중앙정부 교부금을 활용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기지 건설 찬성론을 폈지만 결국 낙선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일본 언론은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민의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하면서 자민당 정권이 중시하는 미일 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작년 11월 약 8㎢ 크기인 마게시마의 대부분을 소유한 업체와 매수계약을 체결한 뒤 기지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까지 비행장과 관제탑, 통신시설 건설에 착수해 100명 규모의 항공자위대가 운영하는 '마게시마 기지'(가칭)를 조성하고 연간 2개월 정도를 미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 섬에서 미 항모 탑재 전투기가 본격적인 훈련을 하는 시기를 2025년으로 목표하고 있다.
그러나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야이타 시장의 재선으로 일본 정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전날 투개표가 진행된 도쿄도(都) 지요다(千代田) 구청장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추천한 후보가 패배했다.
올 7월 4일 예정된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둔 전초전으로 이목을 끈 이 선거에서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가 사실상 이끄는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 추천 후보인 히구치 다카아키(?口高?·38) 전 도의회 의원이 연립여당인 자민·공명 추천 후보 등 3명과 대결해 당선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宮古島) 시장 선거에서도 자민·공명당이 추천한 시모지 도시히코(下地敏彦) 현 시장이 입헌민주·공산·사민당 등 야권이 지원한 사기미 가즈유키(座喜味一幸) 전 오키나와현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주요 지자체 단위 선거에서 추천 후보들이 연달아 패배하면서 올해 국정 선거인 중의원 선거를 앞둔 자민당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관측통들은 최근의 지자체 선거 결과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내각에 대한 유권자 평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자민당 내부적으로 올 9월 임기가 끝나는 스가 총리 체제로 중의원 선거를 치를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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