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얀마에서 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와 함께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는 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했다. 역시 군 출신인 민 쉐 부통령이 대통령 대행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총선에 따른 의회 개원 날에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성명에서 그 명분으로 선거 부정을 내세웠다. 군부는 총선 직후 유권자 명부가 860만 명가량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급기야 지난달 26일 군 대변인이 쿠데타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고,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한발짝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가 싶더니 결국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했다. 미얀마의 오랜 민주주의 노력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됐다.
미얀마에서는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해 53년 만에 군부 지배를 끝냈다. 하지만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개정 헌법 조항 탓에 영국인 남성과 결혼한 수치 고문은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NLD는 지난해 총선에서도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하며 문민정부 2기를 열었으나 군부의 막강한 영향력 행사가 사라지지 않는 한계에 부닥쳤다. 여기에 지난해 총선의 공정성, 투명성 논란이 일어 군부에 쿠데타 빌미를 준 꼴이 됐다. 더욱이 미얀마 내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 주도의 탄압을 수치 고문이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비판을 국제적으로 받는 상황이 겹친 것도 수치 고문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대화 등 평화적인 방식을 외면하고 군사력을 동원한 군부의 권력 찬탈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가 어렵다.
수치 고문은 국민에게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 것과 군부에 대항해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유엔과 미국도 즉각 반응했다.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견해차를 해소하라고 했고,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며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백악관은 특히 현 상황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조처를 할 것이라며 제재 경고까지 내놓는 등 한층 강경하다.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 일부 동남아 국가들은 미얀마 국내 문제라며 불간섭 입장을 나타내 대조적이다. 국가 이익 등에 따라 나라별 입장 차이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 쿠데타가 미중 갈등 같은 주변 정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복잡한 양상을 유발할 수 있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군부 독재는 일시적으로는 상황을 장악할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혼란을 키울 뿐이다. 미얀마 내부 민주화 세력은 물론 국제 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미얀마는 오랜 세월 민주주의 성취를 향한 고난의 길을 걸어왔고 성과도 있었다. 하루아침에 역사 퇴행의 길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미얀마가 하루빨리 민주적인 질서와 절차로 복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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