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협력 여러 차례 강조…홍콩·신장·티베트 등 문제 거론
군·사이버안보·대테러 등 교류 확대 희망…트럼프 행정부 대중정책 비난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외교 정책의 수장격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미중관계에 대해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미국이 홍콩, 신장(新疆), 티베트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는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양 정치국원은 2일(미국 현지시간) 미중관계 전민위원회(NCUSCR)이 주최한 '양제츠 정치국원과의 대화'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양 정치국원은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양국관계가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고 거론하며 "중국과 미국은 이견을 통제하고 공동 이익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중미간 교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과 보다 긴밀하게 거시 경제 정책에 대한 조정과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또 국가 안보 개념이 무역에서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양 정치국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공중 보건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협력을 제안했다.
양 정치국원은 미중간 협력을 제안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反中)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경고했다.
양 정치국원은 "중미관계는 양국 수교 이후 전에 없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면서 "미국의 일부 인사는 냉전적 사고를 갖고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일종의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는 행위를 저지르고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잘못된 언행을 했다"며 "이는 중미간 정상적인 교류와 협력을 방해하고, 양국간 '디커플링'을 넘어 신냉전을 일으키려 시도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홍콩과 신장, 티베트 등 미중 갈등 이슈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레드라인을 침범하면 양국의 이해관계를 훼손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영토 보존과 주권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기를 기대한다"며 "중국은 선거를 포함한 미국 내정에 결코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도전하거나 대체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이 제로섬 게임의 강대국간 경쟁의 구시대적 사고를 뛰어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양 정치국원은 또 양국 군(軍), 사이버 안보, 마약 퇴치, 대테러, 빈곤 퇴치 등 영역에서도 협력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양국 협력 관계의 범위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항상 환영한다"면서 "(미중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에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설은 양 정치국원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중관계의 전망과 중국의 대미 정책에 관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양국관계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 취임 축전을 보내지 않는 등 바이든 대통령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 국무위원의 이날 연설은 향후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예측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치국원은 2001~2005년 주미 중국대사를 지냈다. 비록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지난해 6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과 하와이에서 7시간 동안 회동을 하기도 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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