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 관계는 아직 미스터리…당뇨 환자 더 늘어날까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연구자들이 상관관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중국 우한, 이탈리아 등 코로나19의 초창기 '핫스폿'이었던 지역에서 코로나19와 당뇨병의 연관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사례가 발견된 데 이어 팬데믹 발생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슷한 의심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미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에 있는 서버번 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에서 대사장애 환자들을 치료하는 미하일 질버민트는 WP에 코로나 확산 이후 업무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털어놓았다. 코로나19 이전에 하루 18명 수준이던 환자가 지금은 하루 30명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환자 중에는 과거 당뇨병 이력이 전혀 없던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에 걸린 뒤로 혈당 수치가 높아지는 증상이 나타났고, 코로나19가 완치되면 혈당 수치도 정상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코로나19 완치 이후에도 완전히 진행된 당뇨병 진단을 받기도 한다고 질버민트는 설명했다.
아칸소주 이브닝 셰이드에 사는 존 컨켈(47)이 그런 사례다. 그는 건강에 특별히 문제가 없었지만 지난해 7월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혈당 수치가 위험 수준으로 높아진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2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고, 이 때문에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다.
지난해 11월 '당뇨 비만 신진대사 저널'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증 코로나19 환자 3천7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14.4%에서 당뇨가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환자 중 당뇨병이 발병한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 코로나19와 당뇨의 상관관계는 미스터리다.
코로나19와 당뇨가 직접 연관이 있는지, 코로나19가 1형 또는 2형 당뇨를 정확히 어떻게 일으키는지, 그렇다면 그 증상은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 등 풀어야 할 의문이 많다.
지난해 여름 코로나19와 당뇨병의 상관관계 연구에 착수한 킹스칼리지 런던의 프란체스코 루비노 교수는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결론을 내리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면서 "연구를 해봐야 알겠지만 코로나19와 당뇨에 진짜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경우 당뇨를 가진 인구가 이미 전체의 10.5%인 3천420만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와의 상관관계가 증명된다면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당뇨병이 미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더 심각한 요인으로 부상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진 이후 진단받은 당뇨가 영구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연구자들은 당뇨 이력이 없는데도 사스 확진 판정 이후 새롭게 당뇨 진단을 받은 환자 39명의 사례를 추적했는데, 2년 뒤까지 당뇨 증세가 남아있는 환자는 2명뿐이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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