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등 인도적 지원은 계속…야당도 행정부 초당적 지원 공언
제재·원조카드 효과 제한적 평가…바이든 외교적 고민 커질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은 2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의 정권 장악을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대외 원조와 제재를 무기로 압박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직접 성명을 내고 군부의 권력 포기와 구금자 석방 등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한 데 이어 미국이 실력행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무부는 이번 사태가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쿠데타로 규정되면 미국의 일부 원조에 자동으로 제한이 가해진다. 또 모든 원조 프로그램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소수 이슬람 민족인 로힝야족을 포함해 인도적 지원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군부 지도자는 물론 그들과 연관된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군부가 부정 선거를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부정행위에 관한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 이후 폭력 퇴치, 민주주의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위해 미얀마에 거의 15억 달러를 제공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주의 궤도를 뒤집은 이들의 책임을 묻고 민주주의와 법치 존중을 지지하기 위해 역내와 전세계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현재 진행되는 것에 대해 군사적 해법이나 조처가 필요하다고 당장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도 행정부를 초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눴다고 한 뒤 제재가 정당하다는 신속한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이것은 군사 쿠데타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유엔의 조처를 포함해 미국이 군부에 가장 강력한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발빠른 대응을 모색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쿠데타를 조직한 상당수 군부 지도자의 경우 과거 로힝야족을 향한 잔혹 행위 책임론이 제기돼 이미 미국의 제재를 받은 상태다.
AP통신은 "군부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벌칙은 효과가 작을 것 같다"며 "미국은 이미 군부 다수를 제재했고 군 전반의 지원을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9년 1억3천700만 달러를 원조했다. 하지만 대부분 건강,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 등에 들어갔고 이들은 미국의 원조 재검토 영향을 받지 않는 항목들이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은 미얀마 정부에 거의 원조를 보내지 않았고 군부에 직접 보낸 것은 없었다"며 이번 조치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군부나 하급 관료에게 간접적으로 혜택이 돼 왔던 원조 프로그램이 제약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무부는 미얀마 군부 지도자나 구금된 이들과 아직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쿠데타 직후 백악관의 요청에 따라 미얀마 군 당국자와 접촉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사회 현안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과 동맹과의 협력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지만 미얀마 군부를 지나치게 몰아붙일 경우 오히려 이들이 중국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난관을 만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즉각적인 조처는 취하지 못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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