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유로존 위기' 소방수 역할…코로나 극복 책무 맡을 듯
![](https://img.wowtv.co.kr/YH/2021-02-03/PAF20210203112601055_P2.jpg)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마리오 드라기(74)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탈리아 총리 후보로 급부상하며 현지 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른 보건·사회·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빨리 정상 기능하는 정부가 필요하다면서 드라기 전 총재를 호출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3일 낮 12시 집무실이자 관저인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드라기 전 총재를 면담할 예정이다. 드라기 전 총재를 사실상 차기 총리로 지명하고 그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드라기 전 총재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금융경제통'으로 꼽힌다. 학계와 정부, 금융권을 두루 거쳤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탈리아 내 재무부 고위 관리와 중앙은행 총재, 세계은행 집행 이사, 골드만삭스 부회장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2011년 11월 유럽 통화 정책을 총괄하는 ECB 총재에 취임하면서다. 그는 8년간 ECB 총재로 일하며 유럽 경제의 격동기를 헤쳐왔다.
ECB 총재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호평하는 이들은 그를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을 구한 슈퍼 마리오'로 칭한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닥친 2012년 짧고도 강렬한 연설은 지금도 회자한다.
모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이에 따른 유로존 붕괴 우려로 투자자들이 유럽 채권 매입을 꺼리자 "유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어달라"는 한마디로 금융시장을 가라앉혔다.
그의 말을 신뢰한 투자자들은 다시 유럽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유로화도 달러 대비 강세로 돌아서며 최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지금 ECB가 시행 중인 회원국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을 처음 시작한 것도 드라기가 총재로 있던 때다.
드라기 전 총재에게 이탈리아 총리 역할이 부여된다면 ECB 총재로서 유럽 경제의 소방수 역할을 한 것처럼 코로나19 여파로 현실화한 전후 최악의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책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의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이탈리아에 제공하기로 한 2천90억 유로(약 280조원)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당면한 정책 과제다. 이를 둘러싼 갈등은 이번 정국 위기를 부른 연정 붕괴의 시발점이었다.
현지 정가에서는 드라기 전 총재가 총리가 된다면 차기 내각은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춘 실무적 성향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정치인을 배제하는 가운데 이념 성향을 떠나 일할 수 있는 인재를 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정국 위기가 불거진 이후 그는 중립적인 거국 내각 구성이라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돼왔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