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 아래 썩고 불타고 세탁…작년 손상화폐 107억원 교환

입력 2021-02-03 12:00  

장판 아래 썩고 불타고 세탁…작년 손상화폐 107억원 교환
6억4천만장 폐기, 2009년 이후 최대…만원권 수명·코로나 영향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서울에 사는 은 모씨는 지난해 아파트 화재로 탄 지폐 3천100만원을 한국은행 화폐교환 창구를 통해 정상 지폐로 바꿨다.
화재 등으로 지폐의 일부 또는 전부가 훼손된 경우,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 금액의 전부를, 5분의 2 이상∼4분의 3 미만이면 액면 금액의 반을 새 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전북 거주 김 모씨도 스티로폼 상자에 모아둔 지폐 2천800만원이 습기와 곰팡이로 훼손되자 3일에 걸쳐 바꿨고, 부산 윤 모씨는 가족이 사망한 뒤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썩은 지폐 2천800만원을 교환했다.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2020년 손상화폐 폐기·교환 실적'에 따르면 이처럼 지난해 교환된 손상화폐(지폐+주화·장 단위로 통일)는 모두 4천720만장(액면금액 106억9천만원)에 이른다. 2019년(3천180만장·74억원)보다 1천540만장(33억원) 늘었다.
지폐(은행권)는 16만7천400장 교환됐는데, 종류별로는 5만원권이 6만9천900장(41.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만원권(5만4천900장·32.8%), 1천원권(3만8천100장·22.8%), 5천원권(4천400장·2.6%) 순이었다.
지폐 손상 사유를 보면 장판 밑 눌림, 습기에 따른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8만6천700장) 탓인 경우가 가장 흔했고, 화재(5만7천700장)와 세탁·세단기 투입 등 '취급 부주의'(2만3천장)도 주요 원인이었다.
지폐가 아닌 손상 주화의 경우 지난해 100원짜리 2천630만개 등 모두 4천700만개(67억5천만원)가 교환됐다.


손상 정도가 심해 작년 한은이 폐기한 화폐는 6억4천260만장(4조7천644억원)으로, 2019년(6억4천40만장·4조3천540억원)보다 장수 기준으로 0.3% 늘었다. 2009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지폐 6억850만장(4조7천614억원)이 폐기됐고, 이 가운데 67%가 1만원권(4억760만장)이었다. 1천원권(1억6천800만장·27.6%)이 두 번째로 많았고, 5천원권(2천500만장·4.1%)과 5만원권(780만장·1.3%)의 비중은 작았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폐기된 지폐는 5t 트럭 114대 분량이고, 낱장으로 이었을 때 총 길이가 8만7천967㎞로 경부고속도로를 약 106차례 왕복할 수 있다.
서지연 한은 발권국 발권기획팀 과장은 지난해 폐기 화폐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2007년부터 발행된 신규 1만원권의 유통수명(평균 127개월)이 도래한데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손상 화폐를 더 적극적으로 폐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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