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미얀마 군부, 문민정부 영구 축출 노렸나…정권장악 '착착'

입력 2021-02-03 14:00   수정 2021-02-03 14:44

[긴급진단] 미얀마 군부, 문민정부 영구 축출 노렸나…정권장악 '착착'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 악법 이용해도 정상적 선거로는 누를 수 없어
"문민정부 고착화 우려…NLD 해산 또는 정치인 탄압후 허울뿐인 총선 전망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중심으로 한 문민정부를 무너뜨리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총선을 새로 실시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명분은 지난 11월 NLD가 선출직 의원의 83.2%인 396석을 석권한 총선의 부정 의혹에 대한 계속된 항의가 묵살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다른 데 달라 보인다.
군부는 물론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고, 국제사회도 총선이 원만하게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 문민정부 고착화 우려에 쿠데타 칼 뽑은 듯
군부는 NLD가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해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고, 작년 11월 총선에서는 더 큰 승리를 거둬 문민정부 2기 시대를 열게 되자 문민정부가 굳어지면서 입지가 대폭 축소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헌법에 따라 전체 의석의 25%인 166석을 저절로 갖지만, NLD가 총선에서 연거푸 압승을 거둬 전체 의석의 과반으로 단독정부를 구성하게 되면서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NLD는 작년 총선에서 군 장병과 가족이 대거 거주해 '군인 도시'로 불리는 메이크틸라시에서도 선전했다.
군부 주도로 제정한 2008년 헌법 59조는 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영국 국적의 두 자녀를 둔 수치 고문은 이 조항 때문에 대통령에 출마하지 못하고 외무장관 겸 국가고문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개헌을 놓고 군부와 NLD가 갈등을 빚어왔다.

작년 총선에서 수치 고문의 높은 대중적 인기가 재확인된 만큼 개헌 요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앤드루 헤인 전 주미얀마 영국대사는 블룸버그TV에 "군부는 자신들의 입지를 약화할 수 있는 개헌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반군이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수천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런 미얀마군의 행위를 '집단학살', '반인륜 범죄',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얀마군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고문도 눈치를 보며 군부를 두둔해 명성에 먹칠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쿠데타 이후 포석…태국, 캄보디아 선례 참고할 듯
군부가 비상사태가 끝나는 1년 후 총선을 다시 치르겠다고 공언한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마하면서 재집권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정권 장악을 노린 군부 쿠데타라고 규정 짓고 대외 원조 제한과 제재를 무기로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고,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상당해 제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선거로는 문민정부를 누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군부는 앞으로 최소 1년간 모종의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제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동남아·남아시아 대표인 피터 멈퍼드는 3일 블룸버그통신에 "인접국들의 선례를 참고해 선거 시스템을 개편, 단일 정당이 의회를 석권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태국과 캄보디아 사례가 미얀마 군부의 눈에 들어올 수 있다.
태국의 경우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2014년 5월 쿠데타로 집권했다. 짠오차 총리는 또 2019년 3월 총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팔랑쁘라차랏당이 하원 500석 가운데 115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군소 정당과 손을 잡은 뒤 헌법에 따라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 250명 가운데 249명의 지지를 받아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어 2019년 총선에서 군부 재집권 반대, 구시대적 헌법 개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제3당을 차지한 퓨처포워드당(FFP)을 올해 2월 정당법 위반을 이유로 강제로 해산했다.
이 때문에 반정부 집회가 촉발되기도 했지만, 집권 연장을 위협하는 싹을 아예 잘라버린 것이다.
1985년 1월 집권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37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다.
2018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 이유로 강제 해산하고 소속 정치인 118명의 정치활동을 5년간 금지해 경쟁자를 없앴다.
이에 따라 집권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전체 125개 의석을 싹쓸이해 훈센 총리는 2023년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과정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장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수치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고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임명하면서 사법부와 반부패위원회를 동시에 장악한 것도 이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명분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개편하겠다고 공언했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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