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5일째 첫 방문 부처로 국무부 선택…동맹 복원·미 리더십 강조
연설 곳곳 트럼프 겨냥 비판…외교관들에 "표적 삼거나 정치화 않겠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취임 15일째인 4일(현지시간) 오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국무부 청사로 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방문 부처로 국무부를 택한 것이다. 외교중시 기조를 토대로 동맹을 복원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고스란히 담은 행보다.
20분간 국무부 벤저민 프랭클린룸에서 이뤄진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의 외교정책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연설이었다.
그는 "미국이 돌아왔다. 외교가 우리 외교정책의 중심으로 돌아왔다"고 포문을 열며 동맹 복원을 기초로 한 미국의 위상 재정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주주의 동맹 복원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각국 지도자들과 한 전화통화를 나열하며 한국도 거론했다.
이어 민주주의 동맹이 지난 몇 년간 위축되고 무시되고 남용됐다는 발언도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표적 삼은 비판적 발언은 연설 곳곳에서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의 전임자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분명히 했다. 러시아의 공격적 행보, 미국 대선 개입, 사이버 공격, 자국 시민 독살(시도)에 미국이 나가떨어지던 시절은 끝났다고 했다"면서 러시아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행정부는 표적 삼거나 정치화하지 않고 여러분이 일을 하도록 권한을 줄 것"이라고도 했다. 자유로운 언론은 적이 아니고 건강한 민주주의에 핵심적이라고 한 발언 역시 주요 언론과 각을 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앞서 외교관을 비롯한 국무부 소속 직원만 상대로 한 연설을 따로 하고 외교의 중요성을 한껏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은 해외에서 미국의 얼굴"이라며 "우리 행정부에서 여러분은 신뢰를 받을 것이고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이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나는 여러분을 믿는다. 우리는 여러분이 몹시 필요하다. 나는 여러분을 믿는다. 내가 여러분을 지켜줄 것이다. 약속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좀처럼 역할을 찾지 못했던 외교관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대통령이 당국자들과의 논의 없이 트위터로 중대한 정책 변화를 발표하는 일이 잦아 관료사회가 무슨 발표가 이뤄지는지 알지 못한 채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에 자주 내몰렸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외교정책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장 많이 갖춘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고는 "그와 함께 일한 20년간 내가 한 것은 그저 따라잡는 것이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이 자신을 소개하겠다며 마이크를 잡자 갑자기 '나 불렀느냐'는 식의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옆으로 다가와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의 친분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날 국무부 방문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동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의 모든 공식 일정에 얼굴을 드러내며 실세 부통령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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