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장기집권 개헌 지지한 2차대전 참전군인 비방한 혐의
8시간 공판에도 결론 안나 12일로 심리 연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최근 7년 전 사기 사건 관련 집행유예 판결이 취소되면서 실형을 살게 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5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참전 퇴역 군인 명예훼손 혐의로 또다시 법정에 섰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구치소에 수감 중인 나발니는 이날 모스크바 바부쉬킨스키 구역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6월 2차 세계대전(대독전)에 참전해 공을 세운 퇴역 군인을 중상·비방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나발니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한 2차 대전 참전 예비역 대령 이그나트 아르테멘코(93)의 동영상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에 끌어다 올리면서 개헌을 지지한 그를 '매수된 하인', '양심 없는 사람', '반역자' 등으로 비난하는 글을 함께 게재했다.
이에 러시아 참전군인연맹이 나발니를 중상 명예훼손죄로 고발했고, 아르테멘코의 손자 등 가족들도 나발니의 글을 읽은 고령의 참전군인이 충격을 받아 건강이 급속히 악화했다면서 처벌을 요구했다.
이후 중대 범죄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가 수사를 벌여 나발니를 기소했다.
사건 재판을 맡은 바부쉬킨스키 법원은 지난해 8월 말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 치료를 위해 독일에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재판 연기를 발표했다가 최근 그가 귀국하자 사법 절차를 재개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검사는 나발니가 고의로 아르테멘코를 중상하는 정보를 유포시켜 그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화상 연결로 재판에 참여한 아르테멘코도 자신이 조국을 배신했다는 나발니의 비난 때문에 괴로움을 겪었다며 나발니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나발니는 손자 등의 친척들이 아르테멘코를 팔아 돈을 벌려고 무력한 그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날도 누군가가 아르테멘코에게 할 말을 몰래 알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와 피고인 발언에 이어 아르테멘코의 손자, 간병인, 이웃 등에 대한 증인 신문도 이어졌다.
판사는 신문 과정에서 손자와 나발니 간에 말다툼이 격해지고, 심리가 8시간이나 이어지자 검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판을 이달 12일로 연기해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나발니는 지난 2일 재판에서 2014년 사기 사건 연루 유죄 판결과 관련한 집행유예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가 인정돼 실형 전환 판결을 받고 2년 8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푸틴 정적' 나발니는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지난달 17일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구속됐다.
독일 전문가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고, 나발니는 자국 정보당국이 자신을 독살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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