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 이끄는 블링컨·양제츠 첫 통화…대립각 세워(종합)

입력 2021-02-06 15:15  

미중 외교 이끄는 블링컨·양제츠 첫 통화…대립각 세워(종합)
블링컨 "대만해협 포함 인도태평양 안정성 위협 책임 물을 것"
양제츠 "대만 문제 가장 민감…홍콩·신장 외부 간섭 용납못해"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이재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미중 양국의 외교 수장급이 직접 통화하면서 대만, 홍콩, 신장(新疆) 등 민감한 문제를 꺼내놓고 서로를 압박했다.
양국은 협력의 중요성도 언급했지만, 핵심 현안에서는 뚜렷한 대립각을 세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때 못지 않은 갈등이 이어질 우려를 낳았다.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취임 후 첫 통화에서 신장과 티베트, 홍콩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통화 사실을 알리며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버마(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중국도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통화에서 대만해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지역 안정성을 위협하고 규칙에 근거한 국제사회 체계를 무시하는 중국에 책임을 묻고자 동맹 및 협력국과 협업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동맹 및 협력국과 공유하는 가치와 이해관계를 지키는 데도 협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가 밝힌 통화내용을 보면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를 사실상 모두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중국에 강경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정책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도 중국중앙TV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이날 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블링컨 장관의 대중국 비난 발언은 쏙 뺀 채 양제츠 정치국원의 강경 발언만 집중적으로 전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이날 통화에서 "현재 중미 관계는 고비"라면서 "중국은 미국이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과 충돌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과 협력에 초점을 맞춰 이견을 조정해 중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길 촉구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확고히 갈 것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문제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려있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과 신장(新疆), 시짱(西藏) 등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어떠한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을 헐뜯으려는 그 어떤 모략도 실현될 수 없으며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블링컨 장관이 이날 미중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양제츠 정치국원은 최근 미중관계 전민위원회(NCUSCR)가 주최한 행사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선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신장과 티베트, 홍콩 등 양국 간 갈등이 있는 이슈를 직접 언급하며 "미국이 레드라인을 침범하면 양국의 이해관계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첫 통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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