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 면제에 저울질하는 단지 늘어…공공 시행에는 거부감도
'대책 이후 매수 현금청산' 방침에 "재산권 침해" 불만·"거래절벽"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홍국기 기자 = 정부가 2·4 공급대책에서 도입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에 참여하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재초환)와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면제해주겠다는 유인책을 내놓자 참여를 저울질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대체로 강북 지역은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인센티브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강남 지역은 공공 시행 사업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특히 대책 발표일 이후 개발사업 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는 정부의 투기방지책에 대해서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불만과 거래 절벽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 초기 혼란 속 "실익 없다" vs "기대감 커"…단지마다 반응 엇갈려
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추진 지역에서는 2·4대책의 실익을 따져보며 사업 참여를 저울질하느라 분주하다.
아직은 대책 발표 직후라 조합원·주민 다수에게 정확한 정책 내용이 전달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분위기지만, 강남·강북 지역 간 온도 차이는 감지된다.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 성북5구역 모현숙 주민대표는 "우리는 빠른 시간 안에 주거환경 개선을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번 대책으로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해지고, 정부가 수익성까지 보장한다고 하니 주민들이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받은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도 공공직접시행 방식의 재건축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 재건축추진위 황보수문 사무장은 "지난달 사전컨설팅 결과 용적률을 300%까지 올려주는 것으로 나왔지만,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은 임대로 내줘야 해 실질적인 사업성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LH와 추가로 협의 중이었는데, 2·4 대책에는 2년 의무거주 요건과 재초환 면제 등 조합이 원하는 웬만한 내용이 다 들어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사무장은 "다만, 공공직접시행에 따른 불안감과 재산권 행사 제약 등 우려가 있어 정부의 후속 조치를 보고 공공재건축과 공공직접시행 방식 중에 선택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대표 단지로 꼽히는 은마·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조합과 주민들 모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마아파트 한 조합원은 "정부가 재초환 면제 등 인센티브를 많이 준다고 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이미 사업성이 충분한데 굳이 공공에 맡겨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차는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받았으나 조합 내 이견으로 공공직접시행 검토는 물론 기존 공공재건축 추진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역시 공공이 주도권을 쥐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인근 A 공인 대표는 "사업 속도가 빨라진다는 장점 때문에 공공재건축을 추진했는데, 여기는 돈을 더 쓰더라도 좋은 자재로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는 정서가 강하고, 임대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커 공공 개입에 대한 반대가 심하다"고 전했다.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동작구 흑석2구역은 토지 수용 방식에 대한 반감으로 공공직접시행 방식을 고려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진식 흑석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대책 발표 이후 토지 등 소유자들이 이건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계속 연락해온다. 둘 다 공공이 주 시행자로 나서서 주민협의기구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지만, 공공직접시행은 소유자가 공공에 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달라 반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 사업 방식 기대수익의 10∼30%포인트를 추가로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자기 땅을 내놓고 공공이 사업을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소유주는 없다는 것이다.
김구철 도시정비포럼 회장은 "강남권 유망 사업장은 정부 유인책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공공 주도 사업에 대해 반감이 크다"면서 "그 외 중형 단지나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주민들과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투기방지책 놓고 반발·불만 커…"과도한 재산권 규제"·"개발지역 어떻게 알고 피해서 집 사나"
대책이 발표된 4일 이후 개발사업 지역에서 주택 등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에겐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선 반발이 컸다.
정부는 4일 이후 공공 시행 재개발·재건축이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구역 내 기존 부동산에 대한 신규 매입계약을 체결한 경우 주택이나 상가의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정비구역에선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이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종덕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공공직접시행은 4일 이후 매수자들이 조합원 지위를 양수할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니 이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공공재개발은 주택 분양 권리 산정 기준일이 공모 공고일인 작년 9월 21일이라 그때 이후 지분 쪼개기에 의한 입주권이 유효하지 않을 뿐이어서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 측면에서 공공재개발이 공공직접시행보다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정부가 투기 근절을 위해 강력한 규제를 함께 마련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2·4 대책에서 제시한 각종 사업 추진의 복병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서울 전 지역의 부동산 거래 절벽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국토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부동산 카페 등에는 "아직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대상지가 한 곳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피해서 집을 사란 말이냐", "이제 집을 잘못 샀다간 나중에 시세보다 싼 감정평가 가격으로 현금청산 당하는 거 아니냐", "'개발 폭탄'을 피해 신축 아파트만 사거나 계속 전세만 살아야 하는 거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정비사업 추진 단지 주민들은 정부 규제가 과도하게 재산권을 제약하는 조치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재개발 추진 단지 한 주민은 "재개발 사업이 끝날 때까지 이제 이사도 못 가고 집을 팔지도 못하게 되는 거 아니냐"면서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는데, 아무리 새 아파트를 짓는다고 한들 누가 지금 이 동네 집을 사려 하겠나. 사정이 있어 매매하려는 사람들은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투기를 잡겠다고 투기와 무관한 실수요자 매수까지도 제약해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사업지 지정 전 매입자에게 현금청산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위헌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 발표 직후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대책의 영향은 크게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눈치 보기'가 한창이다.
성동구 옥수동 A 공인 관계자는 "일단 시장에서는 정부가 강하게 수요를 억제하던 것에서 공급을 늘리고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주는 쪽으로 정책을 틀었다고 느끼는 것 같다. 개발 호재가 던져진 만큼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초구 서초동 B 공인 대표는 "이번 대책을 보면 개발은 한다지만, 투기를 막겠다고 사실상 실거래까지도 위축되게 만드는 규제를 넣어놨다. 정책을 따라가는 지역의 집값은 잡히는 효과가 있겠지만, 강남 집값은 그래도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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