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열차 운행시간 조정해 뇌사자 적출 심장 대구→서울 제시간 운송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3분의 기적'. 한국철도공사(코레일, KORAIL)가 열차 운행 시간을 조정해 만들어낸 3분이 심장 이식을 기다리던 젊은 소방관의 생명을 구했다.
8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시행된 30대 남성 소방관의 심장이식 수술이 성공한 데에는 코레일과 탑승객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심장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코레일의 협조가 없었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 적출팀은 지난 1월 13일 오후 7시 49분 대구 영남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자의 심장을 적출하는 데 성공했다.
남은 과제는 기증자의 심장을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준비 중이던 심장이식 팀에 최대한 빨리 전달하는 것이었다.
애초 헬기로 심장을 이송하려 했으나 당일 저녁 중부지방의 기상 상황이 악화하면서 헬기 운항이 불가능하게 됐다.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는 교통편은 동대구역에서 저녁 8시 13분에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가 유일했다. 그마저도 동대구역까지 앰뷸런스로 이송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열차 출발시간보다 약 3분 정도 늦을 가능성이 컸다. 만약 이 열차를 놓칠 경우 심장 이송이 1시간가량 지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코레일에 심장이식을 위한 장기이송 상황을 설명하고 의료진이 8시 13분 열차에 탑승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코레일은 이러한 요청에 동대구역 도착 전부터 KTX 운행 속도를 조절해 동대구역에 열차가 3분 늦게 도착하도록 시간을 확보했다. 덕분에 의료진이 무사히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 열차를 놓쳤다면 의료진은 어쩔 수 없이 한 시간 뒤에 도착하는 다음 열차를 타야만 했다. 이렇게 되면 의학적으로 통상 알려진 4시간 안에 심장 적출과 심장 이식 후 피가 흐르게 해야 하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려웠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의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기적과 같은 3분으로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 것이다.
같은 날 밤 10시 20분, 대구에서 출발한 의료진이 2시간 30분 만에 뇌사자의 기증 심장을 무사히 이식팀에 전달했다.
의료진은 심장이 몸 밖에서 머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곧바로 이식 수술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 1시 10분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심장 수혜자인 서민환(38) 씨는 서울 종로에서 근무하는 현직 소방관이다.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심장 이식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가 이번 수술로 새 삶을 얻었다. 그는 수술 20여 일 만인 지난 5일 퇴원했다.
서 씨는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준 의료진과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많은 분께 감사하다"며 "심장 기증으로 새로운 생명을 나눠주신 기증자의 뜻을 이어받아 소방대원으로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팀 강준규 흉부외과 교수는 "의료진은 물론 신속하고 안전하게 뇌사자 심장이 이송될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철도공사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번 심장이식이 장기 기증 문화 확산과 장기 이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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