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급등에 요식업자들 배달공깃밥 1천원→1천500원 인상 움직임
통계상 2002년 대비 쌀값은 38% 올랐고 최저임금은 4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쌀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제조사들이 즉석밥 가격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배달음식점의 공깃밥 가격도 기존 1천원에서 1천5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회원수 65만명인 국내 최대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게시판에는 "배달매장 공깃밥 1천500원 받기 운동에 동참하자"는 회원들의 글이 속속 게재되고 있다.
앞서 즉석밥 제조사인 CJ제일제당이 쌀값 상승 등을 이유로 설 연휴 뒤 자사 즉석밥 브랜드인 '햇반'의 가격을 1천600원에서 1천7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일부 배달음식점 사이에서도 공깃밥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음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공깃밥 가격 인상 이슈가 불거지자 찬반 여론이 뜨겁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쌀값과 인건비는 늘고 손님 수는 줄었으니 당연히 올라야 한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쌀값이 떨어져도 공깃밥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서 올리려고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 20년간 쌀값 38%, 최저임금 4.15배 상승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쌀값과 인건비는 꾸준히 올랐지만, 공깃밥 가격은 1천원을 유지했다"며 "이제라도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지난 20년 동안 쌀값과 인건비가 꾸준히 올랐다는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사실이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통계 확인이 가능한 시점인 2002년 2월 쌀 20㎏의 소매가격은 4만9천900원이었다. 19년 후인 2021년 2월 9일 현재 쌀 20㎏의 소매가격은 6만8천900원으로 38.08% 상승했다.
특히 쌀값은 지난해 장마와 태풍 등 기상악화로 작황이 부진함에 따라 같은 해 9월 이후 급격하게 상승한 상황이다.
5만원 중반대를 유지하던 쌀값은 지난해 9월 6만1천900원으로 크게 오른 뒤 10월 6만6천900원, 11월 6만7천900원, 12월 6만8천900원을 기록했다. 매달 1천원씩 상승한 것이다.
올해 1월 6만9천8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쌀값은 이달 들어 다시 900원 정도 하락한 6만8천900원에 팔리고 있다.
인건비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시간급 최저임금은 2002년 2천100원에서 2021년 8천720원으로 4.15배 뛰었다.
결국 공깃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쌀값과 인건비가 지난 20년 동안 크게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할 근거는 있다고 봐야 한다.
◇ "쌀값 다시 떨어질 개연성도 감안해야" 견해도
다만 쌀값이 2015년 4월 6만2천800원으로 올랐다가 2017년 5월 4만9천900원으로 급락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작황에 따라 언제든 쌀값이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데 공깃밥 가격을 한번에 50% 올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동수 전 한국외식산업경영학회 회장(가톨릭관동대 교수)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와 달리 공깃밥은 주메뉴에 곁들여지는 요리로 여겨진다"며 "무작정 쌀값과 연동해 가격을 올린다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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