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연체자 늘어 점점 돈 빌려주기 꺼려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곤궁에 처한 서민들이 디지털 대부업체로부터 외면당해 소액마저 빌릴 수 없게됐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네이션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외곽 루이루 지역에 사는 켈빈 므왕기는 지난해 말 갑자기 몸이 아파 약을 사기 위해 디지털 대부업체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다.
밀린 차입금이 조금 있어 이를 갚고 약을 사기 위해 그보다 큰 금액을 빌리고자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대출 불가'였다.
므왕기는 "몸이 매우 아파 수년간 적게는 1천300실링(약 1만3천 원)의 현금을 빌리곤 하던 한 대부업체의 앱에 접속"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다른 대부업체로부터도 돈을 빌릴 수가 없다. 나의 대출금액 한도가 0으로 내려갔다. 이전처럼 돈을 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험프리 아시오노도 돈이 가장 필요한 때에 대출을 거절당했다며 벽돌로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아시오노는 "그 어떤 디지털 대부업체도 오랫동안 돈을 빌려온 나에게 신용을 공여해 주지 않으니 묘한 일이다. 내 한도가 왜 0으로 내려갔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한숨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빌린 돈을 기한 내에 갚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현재 케냐에서는 수백만 명이 수십 개에 이르는 디지털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고자 하지만 거절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이 소액대출에 생계를 의존하는 케냐로서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지 조사기업 지오폴(Geopoll)의 지난해 6월 '코로나19 이후 사하라 이남 국가의 재정적 충격'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36%의 응답자가 식품과 같은 기초생필품을 구매하는 데 대출금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반면, 응답자의 16%만이 생활비를 자신들의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전했다.
한편, 케냐중앙은행(CBK)은 지난해 4월 모바일 대출업체들에 6개월 내로 케냐 신용정보국(CRBs)에 올린 연체자 명단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이 지침은 결과적으로 많은 대부업체가 고위험 채무자들에게 제공하던 신용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케냐의 대표적 디지털 대부업체 중 하나인 탈라(Tala)의 지역책임자인 이반 음보와는 모바일 대출업체들이 차용인의 신용 한도를 재조정해야만 했다고 말하고서 이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적용됐다고 전했다.
결국, 연체금이 쌓이면서 많은 수의 차용인이 자신들의 신용한도가 제로에 이르는 결과를 지켜보았다.
음보와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재 CRBs의 데이터베이스에는 1천400만 개의 차용 계좌가 등록되어 있어 10여 년 전 금전 대출 앱이 케냐에 등장하고서 돈을 빌리는 일이 얼마나 현지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음보와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많은 사업체를 적자로 몰고 갔다. 대부분은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초기에는 많은 연체자가 생겼으나 이후 상황이 나아져 우리는 지난해 8월 이후 대출을 늘려왔다"라고 말했다.
한편, 케냐 디지털 대부업자협회의 회장인 케빈 무티소는 대출업자들이 우수한 차용인에게만 대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해 3월과 4월, 그리고 5월에는 대출을 중지했으며 악성 채무를 장부에서 지우는 결정을 해야만 했다. 이제는 빚은 갚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우수 고객에게만 돈을 빌려주고 있다"라며 "많은 사람이 애초 갚을 생각 없이 돈을 빌려 갔던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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