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소송 LG 완승, SK는 미국내 사업 타격 우려…'합의'가 관건(종합)

입력 2021-02-11 15:41  

ITC 소송 LG 완승, SK는 미국내 사업 타격 우려…'합의'가 관건(종합)
SK 조지아주 공장 가동해도 수입금지 유예 2, 4년으로 일시적
SK측 서둘러 합의 나설 듯…업계 "배상금 수조원대 가능성…합리적 수준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세기의 배터리 소송전'으로 불린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LG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2월 14일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Default Judgment) 예비 결정을 내린 지 1년 만에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LG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에서 이긴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SK와의 배상금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반면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고 수입금지조치 등 중징계까지 받게 된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LG와의 협상 과정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이번 소송은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가해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양사가 소송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홍보전'은 국민의 피로감을 가중하고 K배터리의 위상을 흔들리게 했다는 점에서 오점을 남겼다.



◇ LG 완승으로 끝난 2년 배터리 소송…SK이노, 미국 사업 타격 불가피
미국 ITC는 이날 SK이노베이션의 LG측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미국 내에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전 제품에 대해 10년간의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2019년 4월부터 시작된 약 2년 간의 소송이 LG의 완승으로 끝난 것이다. ITC는 이날 LG가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범주를 예외 없이 모두 인정해줬다.
다만 ITC는 SK의 공급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은 각각 이날부터 4년, 2년간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 조치도 함께 내렸다.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하면서 자국 내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유예기간 내 다른 대체 업체를 찾도록 배려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유예기간이 있어 당장 완성차 고객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는 일은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내 신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발생하긴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원을 투자해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 공장을 건설 중이다.
1공장은 현재 공사가 끝나 시제품 생산을 준비 중이며 내년부터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MEB)에 탑재될 연 2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이는 폭스바겐이 북미 시장에서 판매할 전기차의 전량에 해당된다.
현재 골조 공사 중인 2공장은 내년에 준공돼 2023년부터 포드 전기트럭 F-150 시리즈에 납품할 연 23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ITC가 이날 10년의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면서도 각각 포드와 폭스바겐 제품에 대해선 4년과 2년의 유예를 허용함에 따라 일단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짧아 SK 입장에선 서둘러 LG와 합의해 수입금지명령을 풀지 않는 이상 이들 기존 고객과의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음은 물론, 미국 내 신규 고객 확보도 어렵게 된다.
조지아주 공장의 시운전과 공장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SK이노베이션이 유예기간 내에 폭스바겐에 실제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포드는 2년 정도에 불과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와 플랫폼 개발부터 장기간 협업이 필요한 분야여서 폭스바겐과 포드 입장에서는 SK가 서둘러 수입금지를 풀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SK와 계약을 종료하고 서둘러 새로운 배터리 공급사를 찾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SK가 미국 시장을 지렛대로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탑티어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영업비밀 침해 기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미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도 추가 수주를 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 업계 "대통령 거부권 가능성 작아"…LG·SK 합의 급물살 탈 듯
이날 ITC 결정으로 앞으로 60일간 미국 대통령의 리뷰가 이어진다.
SK측이 수입금지 조치를 풀 수 있는 한가닥 희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0일 내에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ITC가 포드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에 대해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부여함에 따라 자국 기업 보호나 일자리 문제 등 공익(Public)을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또한 자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간 소송인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불공정 무역 관행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강조해온 만큼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특허 침해가 아닌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도 없다.
이에 따라 이번 ITC 결정으로 지지부진하던 양사의 배상금 합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SK 입장에선 수입금지를 풀고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배터리 생산을 계속해서 정상화하려면 소송이 장기화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SK는 대통령 리뷰가 끝난 60일 뒤에 미국연방항소법원에 ITC 결정에 대해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SK가 항소하고 만약 양측이 배상금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합의가 지연될 경우 배터리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SK가 항소해도 수입금지 명령이 풀리는 것은 아닌 만큼 SK 입장에선 서둘러 LG에 적정 배상금을 지급하고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SK측도 역시 "항소 여부와 별개로 합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ITC 소송에서 이긴 LG측이 배상금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면서 배상금 액수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까지 LG는 2조5천억∼3조원 가량의 배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SK측은 자회사(SKIET)의 상장 지분 일부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적게는 1천억원대, 많게는 5천억∼6천억원대를 제시했다는 소문이 나온다.
양 사의 배상금 격차가 최소 2조원 이상 벌어진 것이다.
LG측은 이번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배상금이 결정될 델라웨어 지방법원 판결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면 배상금이 5조∼6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델라웨어 재판 전에 양사가 합의해도 합의금이 수조원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배상금 합의가 기대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SK 입장에선 조지아주 공장 투자금(3조원)에 육박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배상금을 물게 된다면 미국 내 또는 배터리 사업 자체를 지속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TC 최종 결정 전에 합의가 불발되면서 SK 입장에서는 LG에 줘야 할 배상금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며 "SK가 미국의 자국주의 등을 보며 ITC 최종 결정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다가 합의를 위한 골든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ITC 최종 결정이 신성장 산업인 2차 전지 산업(전기차 배터리)의 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정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양 사가 소송 과정에서 보인 상호 비방식 홍보전은 K배터리의 위상을 흔들리게 하고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유럽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K배터리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도 양 사가 장기간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의금과 관련해 '합리적인' 수준을 도출해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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