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드라기 내각 출범 분수령…오성운동 당원 투표 개시

입력 2021-02-11 19:34  

이탈리아 드라기 내각 출범 분수령…오성운동 당원 투표 개시
투표 결과에 따라 내각 참여 결정…당내 반발 커 결과 예측불허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내정된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마지막 고비를 남겨 놓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의회 원내 1당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드라기 내각 참여 여부를 묻는 온라인 당원 투표에 들어가면서 현지 정가가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성운동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풀뿌리 당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의제는 '오성운동이 드라기 내각을 지지하는 데 동의하느냐'다. 오성운동이 드라기 전 총재가 이끄는 차기 내각에 동참할지를 결정하는 마지막 절차다.
오성운동은 2009년 창당 이래 주요 정책 및 당 운영 방향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전체 당원의 의견을 묻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지난 3일 차기 총리로 지명된 드라기 전 총재는 거국내각 구성을 위한 1∼2차 정당별 협의를 통해 좌우 이념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정당으로부터 지지를 약속받았다.



다만, 의회에서 차지하는 오성운동의 무게감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당을 우군으로 돌려세운다면 한층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오성운동은 상원 315석(종신의원 6명 제외) 가운데 92석, 하원 630석 중 191석을 각각 보유한 원내 최대 정당이다.
현재 분위기에서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오성운동 당 지도부는 정당별 협의 과정에서 드라기 전 총재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했으나 당내 밑바닥 여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오성운동은 부패한 기성 엘리트 정치 타파를 전면에 내세워 출범했다. 기본소득 보장 등과 같은 서민 복지 강화와 생태 기반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주요 정책 목표다.
하지만 금융 엘리트 출신인 드라기 전 총재는 이러한 당의 정책 이념 및 정책 지향점과 맞지 않다는 당내 여론이 팽배하다.
극우 정당 동맹(Lega)이 드라기 내각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참여 입장을 밝힌 것도 오성운동 당원들의 거부감을 부른 요소로 꼽힌다.



2018년 3월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오성운동은 의회 과반 확보를 위해 동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가 1년 2개월 만에 '팽'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상·하원 의원들 역시 드라기 내각 참여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불협화음으로 원래 10일 오후 1시부터 24시간 동안 실시될 예정이던 이번 투표가 잠정 연기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드라기 내각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당 지도부는 부결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10일에는 오성운동이 요구해온 '생태전환부'(Ministry of Ecological Transition) 신설을 드라기 전 총재가 수락했다며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오성운동의 얼굴로 불리는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성취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내각에 참여해야 한다"면서 "나는 확실히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썼다.
투표 결과는 이날 오후 7시 넘어 발표될 예정이다.
8∼9일 2차 정당별 협의에 이어 10일 전국 단위 노동조합과 경제인연합회 등 사회·경제단체 대표자들과 면담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드라기 전 총재도 이날은 특별한 일정 없이 오성운동 당원 투표의 향배를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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